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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시아 “인구가 너무 준다” 발동동

등록 2006-10-09 18:32수정 2006-10-09 18:38

소련 해체뒤 연 70만 줄어…남성 평균수명 59살
저출산에 공공의료 무너져…에이즈·자살률 늘어
모스크바 북쪽 볼가강 상류지역인 트베르의 크스티노보는 1991년 소련 해체 전만해도 수십채의 통나무 주택이 빼곡한 활기찬 휴양촌이었다. 현재 이 마을 주민은 안토니나 마카로바(78) 딱 1명이다. 마카로바는 마을에 있는 치즈공장이 문을 닫고 이웃들이 하나 둘씩 모두 죽으면서 자신만 남았다고 탄식했다. 인근 마을 소스노비치 역시 마찬가지다. 80살의 마리아 벨코바가 유일한 거주자다. 모두 1400개의 마을로 이뤄진 트베르는 89년 이전 인구가 140만명이었으나 지금은 25만명에 불과하다.

‘2080년엔 인구 5200만명’=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8일 “티베의 현실이 결코 예외적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저출산과 질병 그리고 공공 의료시스템의 붕괴 등으로 러시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옛 소련 시절 거의 3억명 인구의 50%를 약간 넘는 수가 러시아에서 살았으나 현재 인구는 1억4200만명에 불과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91년 이후 매년 70만명의 인구가 줄고 있는 가운데 이 중 일부만을 옛 소련연방공화국에서의 유입 인구가 상쇄하고 있다. 세르게이 미로노프 러시아 상원의장은 “이 추세라면 2080년엔 5200만명으로 인구가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감소는 노인이나 병자들을 부양할 노동력은 물론, 중국과의 국경선과 각종 분쟁지에 배치할 병력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낳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올해 두번째 자녀를 출산한 어머니들에게 매달 111달러씩 지급하고 여기에 더해 이 자녀의 교육·주택·연금 확보를 위해 모두 9,260달러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 인구 감소의 특징은 남성의 현저한 감소다. 옛 소련 시절 평균수명은 미국과 비슷했지만, 현재 러시아 남자의 평균수명은 미국보다 16살이나 적은 59살에 불과하다. 러시아 여자들과 비교해도 14살이 짧다.

사회보장제도 붕괴가 주원인=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은 저출산이다. 도시의 주택임대료 부담 등으로 가임 여자들이 아이 낳기를 꺼리는 것이다. 남자 혼자 벌어선 수도 모스크바의 허름한 아파트 임대료 300달러를 감당하기 힘들다. 지난해 낙태아수는 신생아수에 비해 10만명 더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의료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주요인이다. 90년대에 자살률도 50% 늘어, 현재 이 나라의 자살률은 10만명당 36명으로 리투아니아에 이어 2위다.

러시아의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는 공식 수치만으로 30만명을 넘는다. 문제는 감염자의 70%가 30살 이상인 서방과 반대로, 러시아 감염자의 80%가 30살 이하의 젊은 세대라는 점이다. 러시아 보건전문가들은 2020년에 25만명에서 65만명이 에이즈로 사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감염자의 태반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신문은 인구 60만명인 도시 툴라에서 1천명이 에이즈 치료약을 필요로 하지만, 이 가운데 10%만이 복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옛 소련의 집단농장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민영 농업시스템이 정착되지 못하면서, 농촌 지역에 만연한 절망과 알코올 중독도 인구 감소를 부추긴다. 지난 10년 동안 알코올 중독과 술로 인한 사고 등으로 사망한 사람만 90만명에 이른다. 티베 지역 거주자인 올가 콜로티지나(36)는 “마을의 160명 남자 가운데 술에 쩔어 있지 않은 이는 5~6명에 불과하다”고 증언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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