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오스트리아 등 인종주의 내걸고 약진
유럽 정가에 인종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를 내건 극우파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8일 치러진 벨기에 지방선거에서 극우정당인 ‘플랜더스의 이익’이 플랜더스지방에서 2000년보다 5% 포인트 많은 20.5%의 득표율로 일부 자치단체에 진출했다. 인종주의 조장을 이유로 해산당한 ‘플랜더스 블록’을 계승한 ‘플랜더스의 이익’은 벨기에 제2의 도시인 앤트워프 시장직을 사회당한테서 뺏지는 못했다. 그러나 네덜란드어권으로 유권자의 64%가 사는 플랜더스 지방에서 이 당은 프랑스어권인 남부와의 분리, 이민법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어 선전했다. 이 당은 극우 테러리즘과 연계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1일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도 극우정당인 자유당이 2002년 총선보다 1% 포인트 많은 11.2%를 득표했다. 자유당에서 갈라진 ‘오스트리아 미래를 위한 연합’도 4.2%를 득표해 의회에 진출했다.
지난달에는 옛 동독지역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 신나치 정당인 국민민주당이 주의회에 교두보를 확보했다. 영국의 5월 지방선거에서는 ‘유럽연합(EU) 탈퇴’ 구호를 내건 영국국민당이 5석이던 의석을 32석으로 늘렸다.
1792년 프랑스 혁명군이 프로이센 연합군을 격파한 날인 지난달 20일에는 발미전투 현장에서 프랑스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 당수가 내년 대선 출정식을 열었다. 올해 78살인 르펜 당수의 대선 전해 지지율은 11~14%로 2002년 대선 전해(7~9%)보다 높다. 2003년 총선에서 극우정당인 국민당이 1당으로 떠오른 스위스는 최근 난민·이민 허용 기준을 상당히 제한한 법률을 만들어, 극우파의 부상이 가진 현실적 힘을 보여줬다.
극우 세력 확장에 반발도 있다. 지난 3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는 신나치 시위대와 반나치 시위대가 충돌했다. 프랑스 국민전선의 르펜 당수 출정식에서는 역사적 장소를 모독하지 말라며 수십명이 항의시위를 벌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벨기에 앤트워프에서는 수만명이 ‘관용을 위하여’라는 이름의 콘서트로 극우정당에 대한 반대 뜻을 모았다.
벨기에 정치학자 마르크 호그는 영국 <업저버>와 인터뷰에서 “(지위가) 위협받는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사람들은 전통적 희생양인 외국인과 이민자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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