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이 상트페테부르크에 건설 예정인 300m 초고층건물의 설계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건설예정…설계작 호감도 투표 진행
‘북방의 베니스’로 불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초현대식 고층건물 신축 계획으로 들썩이고 있다.
기업가치 세계 4위인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도시 중심부에 새 사옥으로 쓰일 최대 300m 높이의 초현대식 복합 고층건물 ‘가스프롬 시티’를 짓기로 했다. 현재 인터넷 등을 통해 최종 결선에 오른 설계작에 대한 호감도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서방의 저명한 건축가 7명에게 의뢰해 접수된 6점의 설계도(그림)는 가스로 솟구치는 화염이나 디엔에이 구조, 하이힐 모양 등 첨단의 세련된 자태를 뽐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 전했다.
하지만 도심 정중앙에서 불과 7마일 떨어진 네바강변에 이 300m의 구조물이 들어서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우선 에르미타시 미술관의 예술국장과 지역 건축가 조합 등이 격렬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 100돌을 맞아 파리에 에펠탑을 세우겠다는 발표에 모파상 등 당대 문화 지식인들이 격렬히 반대했던 양상과 흡사하다.
도심의 대표적 건축물들에 비해 3~4배나 높은 사옥이 들어서면 3세기 동안 유지되어 왔던 이 도시의 건축학적 조화로움이 깨질 것이라는 반대 이유도 똑같다. 도시 건축법도 신축건물의 최고 높이를 48m로 제한하고 있다. 지역 건축가조합 회장 블라디미르 포포프는 “금으로 짓는다 하더라도 도시 미관을 망가뜨릴 것”이라면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가스프롬이 20억달러를 들여 21세기 상징물을 탄생시키겠다는 야망이 저지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도시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물론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시장 등 지역 지도자들이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건축법 역시, 권력자가 결심하면 무엇이든 되는 이 나라의 특수 상황을 고려할 때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