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역별 천연가스 매장량
이란·알제리도 참여가능성…‘비현실적 전망’ 우세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일 석유수출국기구(오펙)와 비슷한 가스 생산국들의 카르텔 결성에 관심을 나타냄에 따라, ‘가스 오펙’을 둘러싼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례 기자회견에서 “가스 오펙은 흥미로운 발상이며, 검토할 것”이라며,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생산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유럽 나라 등 가스 소비국들의 우려를 의식해, 가스 오펙이 결성되더라도 “가격 카르텔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이란 쪽의 가스 오펙 결성 제의에 이어 나온 것이다.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달 28일 테헤란을 방문한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안보위원장에게 이런 제의를 한 바 있다. 이란은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 가스 매장·생산국이다. 알제리를 합치면 세 나라가 전세계 가스 공급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러시아와 알제리는 이미 지난달 21일 에너지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가스 오펙이 결성된다면 모로코, 베네수엘라 등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가스 오펙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러시아 정부 관리들과 세계 최대 가스회사인 가스프롬 고위 인사들은 공개석상에서 가스 오펙은 “비현실적”이며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가스는 원유와 달리 장기 계약으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며, 가스 오펙 후보국들의 ‘이질성’도 장애물로 지적돼왔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가스 오펙 발언은 유럽과의 거래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정치적 카드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투자은행 알파뱅크의 크리스 웨퍼 선임 분석가는 “러시아가 유럽에 타격이 될 선택지를 갖고 있음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렇지만 가스 오펙이 결성되면 영향력이 오펙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푸틴 발언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아에프페> 통신은 내다봤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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