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1부총리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에서 제1부총리로 승진…후계경쟁 불붙어
“‘포스트 푸틴’을 노리는 러시아 양대 대선 주자의 경쟁이 본격 불붙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내각 개편을 통해 세르게이 이바노프(54)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제1 부총리로 승진시킨 데 대한 유력 언론들의 분석이다.
이바노프의 이번 승진은 푸틴 대통령이 그를 후계자 후보로 공인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후계자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1) 제1 부총리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비비시방송> 등은 평가했다. 푸틴의 마음이 이바노프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관측도 급속히 번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이바노프는 현행 업무인 군산복합체의 활동을 조정하는 것 뿐 아니라 민간 경제분야에서 경제장관들을 통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러시아 정치 엘리트 전문가인 올가 흐리스타노프스카야는 이바노프가 “대중들 앞에서 덜 편협되고 더 보편적인 인물이 될 것”이라며 “이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필수적 과정”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는 이바노프의 승진이 “메드베데프를 지지하는 러시아 정부 내 온건파에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바노프에게 잔혹행위와 부패 등 군의 부정적 이미지와 거리를 둘 수 있도록 배려해준 조처로 풀이했다.
푸틴의 신임이 두터운 이바노프는 푸틴과 같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 옛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일했다. 1999년 당시 국방장관이던 푸틴의 추천으로 대통령 안보 보좌관에 기용됐으며, 2001년 국방장관에 발탁됐다. 냉혹한 관료의 이미지가 강한 그는 크레믈(크렘린) 내부 강경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번 인사에서 후임 국방장관에 아나톨리 세르듀코프(44) 국세청장을 임명했으며, 내각 사무처장(장관급)인 세르게이 나리슈킨(52)을 부총리로 승진 기용했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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