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프랑스 대선’ 양 진영의 진단

등록 2007-05-08 20:08수정 2007-05-08 20:17


6일 치러진 프랑스 대선은 좌우파의 치열한 격돌 끝에 우파의 승리로 끝났다. 양쪽 진영의 주요 인사들을 직접 만나 대선 승패의 원인과 프랑스의 변화 방향, 6월 총선의 전망 등을 들어봤다.

“미국 아닌 프랑스식 자본주의 모델 따를것”
사르코지 당선자 외신담당 대변인

사르코지 당선자 외신담당 대변인
사르코지 당선자 외신담당 대변인
프랑스 대선에서 승리한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의 외신담당 대변인을 맡았던 악셀 포니아토브스키 대중운동연합 의원은 우파적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을 승리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렇지만 프랑스가 미국적 자본주의 모델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7일 오전 파리 하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사르코지 승리의 원인은?

=프랑스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노동, 경제성장, 치안, 이민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우파적 가치관을 공약으로 명확히 부각시켜 극우 성향 유권자들을 끌어들였다. 세계화로 경제·사회문제들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현실에서 사르코지가 나라를 더 잘 이끌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들은 루아얄에게는 없는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갖춘 사르코지를 선택했다. 사르코지에 대한 루아얄의 인신공격은 격차를 더 벌렸다.


국민 대부분 35시간 노동 반대
노동유연화·성장지향정책 예고

-우파의 3연속 대선 승리는 어떻게 가능했나?

=지난 40년 동안의 대선에서 좌파가 이긴 경우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1981~1995) 때 두 번 뿐이다. 2단계로 나눠 치르는 대선투표의 특성에 비춰 결선에서 색깔이 다른 두 후보가 맞붙는 게 당연하다. 후보의 개인적 특성도 영향을 끼친다. 프랑스인들은 대부분 35시간노동 제도가 프랑스의 발전을 늦췄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인들은 지금 덜 일하면서 경제가 잘 돌아가기는 불가능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유럽 전반이 우경화되는 것 아닌가?

=일부 공통적인 경향을 볼 수 있다. 사회복지제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경제성장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빈곤과 부채를 줄일수록 사회문제를 더 쉽게 풀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는 자각이 공통으로 생기고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을 따라가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프랑스식 모델은 미국식 모델과는 다르다. 첫째, 우파라도 사회보장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의료보험, 퇴직 연금제도, 국가의 구호제도 등은 프랑스식 모델의 핵심이다. 우파는 사회복지제도를 좀 더 효율적으로 개혁하자고 주장한다. 둘째, 에너지·교통 등 공공 서비스는 유럽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훨씬 좋다. 셋째, 사르코지는 공공부채를 없애는 게 아니라, 사회보장제도나 현상유지를 위해 사용되면 줄이겠다고 했을 뿐이다. 이를 미국식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가?

프, 우파도 사회복지 중요성 강조
친미 맞지만 대미관계 안바뀔것

-앞으로 프랑스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경제성장 지향 정책,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이 예고돼 있다. 사르코지가 친미성향이지만, 대미 관계는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사르코지는 중동·환경정책에서 미국과 견해가 다르다. 좌파에선 온건좌파로 여겨지는 도미니크 스트라우스 칸의 입지가 강화되는 등 개혁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다.

-6월 총선 전망은?

=우파가 총선에서도 이길 것이다. 전통적으로 대선 직후 총선이 있으면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다수당을 이뤘다.

파리/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시장자유화 맞설 대안틀 호소력 잃어”
사회당 사무국장 겸 국제부장

사회당 사무국장 겸 국제부장
사회당 사무국장 겸 국제부장
사회당의 모리스 브로드 사무국장 겸 국제부장은 좌파가 세골렌 루아얄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지 못한 것을 패배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프랑스와 유럽이 우경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7일 오후 파리 사회당 본부에서 그를 만났다.

-사르코지의 승리 원인은?

=프랑스 사회가 전체적으로 우파로 기울고 있을 때 대선이 치러졌다. 치안과 경제침체가 큰 문제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집권당이 우파적 아이디어와 정책제안 등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루아얄은 연대성, 복지주의 등에 근거해서 대립보다는 평화적으로 접근하기를 원했다.

좌파정당 루아얄 중심 못 뭉쳐
우경화 동·서 유럽 전역의 문제

-우파가 대선에서 세번 연속 승리했다.

=지난 두차례 대선은 이번과 성격이 다르다. 1995년 대선은 14년 동안의 좌파 대통령 임기 뒤 치러졌다. 오랫동안 집권한 좌파의 정치적 무기력증을 지적한 자크 시라크 현 대통령의 전략이 유효했다. 2002년 대선은 시라크와 극우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이 결선에서 맞붙은 반쪽만의 대선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2002년부터 집권해온 우파에 크게 만족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좌파는 우파 유권자의 눈에 너무 급진적으로 비쳤다. 좌파 정당들이 루아얄을 중심으로 뭉치지 못한 게 패배의 원인이다.

-프랑스가 ‘우경화’하는 것 아닌가?

=동의한다. 이번에 좌파는 시련을 겪었다. 사회당을 제외한 모든 좌파 후보의 표를 합쳐도 10%가 넘지 않는다. 공산당은 득표수를 보면, 정치적인 영향력을 거의 상실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서 좌파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2006년 9월 스웨덴, 최근 핀란드 총선에서도 좌파의 입지는 줄었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도 마찬가지고, 폴란드 같은 동유럽에서도 이런 현상이 목격된다. 독일에서도 우파인 기민당에 대한 지지도가 더 높다.

사르코지 미 모델 일부만 선택
좌파그룹 개혁·재구성 필요해

-왜 프랑스가 우경화하는가?

=프랑스인들은 이 시장자유화 조처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보기 시작했다. 다른 대안적 틀들이 점점 호소력을 잃고 있다. 치안 문제에서 사르코지는 단순 강경정책으로 일관했다. 강경정책이 당장 효과를 보는 것은 자명하다.

-프랑스에 미국적 사회모델이 도입되는 것 아닌가?

=사르코지는 미국적인 모델에 호의적이므로, 일부를 프랑스에 도입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지극히 프랑스적인 인물이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굴지의 프랑스 기업 알스톰을 독일계 기업이 인수하는 것을 적극 막았다. 그의 보호무역적 성향을 보여준다. 그는 기회주의적 인물이다. 특정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게 아니라, 그때그때 적합한 정책을 채택한다.

-6월 총선 전망은?

=대선 직후의 총선은 대통령이 속한 정당에게 유리하다. 우파가 총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다. 좌파의 목표는 우파의 예정된 승리를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좌파의 개혁이 필요하다. 크고 작은 좌파 그룹들을 어떻게 재구성하느냐가 중요하다.

파리/김순배 기자


“정부개입 정당성에 의문…시장의 손 들어주길 바라”
슈베이구스 파리대학 교수

슈베이구스 파리대학 교수
슈베이구스 파리대학 교수
파리정치대학 프랑스정치연구소(CEVIPOF) 에띠엔 슈베이구스 교수는 프랑스 대선에 대해 “국가의 경제개입을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들이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정당성을 잃고 있다”며 “국가의 역할을 조금 더 친시장적 방향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지층을 넓혀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의 국가개입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는데도, 세골렌 루아얄이 사회당의 전통 노선을 공공연하게 비판할 수는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며 “일부 좌파 정치인들이 마치 세계화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해결책을 회피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좌파는 오래 전부터 이데올로기적 위기를 겪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후보든 대선에서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관련이 있지만, 우경화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유럽이 우경화한다는 것보다는 국가주의적인 이데올로기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안, 이민 등의 이슈에 한해서는 우경화라고 봐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사르코지에 대해서도 “공약 가운데 많은 부분이 친시장적이지만, 신자유주의자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경제적으로는 자유주의적, 국가 정체성 발언을 보면 보수주의적”이라고 평가했다.

파리/김순배 기자


새 총리 피용 상원의원 유력
온건·합리적 성향…야당도 신뢰

프랑스 새 총리에 프랑수아 피용 상원의원이 유력하다고
프랑스 새 총리에 프랑수아 피용 상원의원이 유력하다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는 17일 취임한 뒤 새 총리와 내각을 발표한다. 이번 내각은 다음달 총선을 치르기 위한 관리내각이지만, 사르코지의 첫 인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외교·안보·국방을 맡고, 내정은 총리에게 위임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 프랑스 새 총리에 프랑수아 피용(53) 상원의원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익명을 요구한 영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사르코지 당선자가 7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로부터 당선 축하전화를 받았을 때 피용 의원을 총리로 기용할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피용은 현 정부에서 노동·교육부 장관 등을 맡은 뒤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프랑스 연금제도와 주35시간 노동제의 개편을 추진했고 좌파로부터 가장 ‘거부감이 적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르코지가 논란 많은 노동개혁안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유화적인 측근을 총리에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피용 의원은 온건·합리적 성향이어서 야당들로부터도 신뢰를 받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한편, 사르코지의 당선 확정 뒤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로 차량 730대가 불타고 592명이 경찰에 연행됐으며 경찰관 78명이 다쳤다고 프랑스 경찰이 8일 밝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