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정부부처 등 무차별 공격
소련군 동상 옮긴 보복 의심
“나토 문제로 확대”…“증거대라”
소련군 동상 옮긴 보복 의심
“나토 문제로 확대”…“증거대라”
수도 탈린에 있던 소련군 동상을 외곽으로 옮겨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에스토니아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들이 3주째 사이버 공격을 받고 있다.
<가디언> 인터넷판은 17일 에스토니아 총리실, 의회, 대부분의 정부 중앙부처, 정당, 주요 신문사 3개, 가장 거래가 활발한 은행 2곳의 사이트들이 사이버공격 목표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격의 피해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에스토니아는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에스토니아 정부 관리들은 사이버 공격에 가담한 아이디를 추적한 결과 러시아 연방보안부(FSB)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러시아는 국가안보위원회(KGB) 후신인 연방보안부에 사이버전 전담부서를 두고 컴퓨터 바이러스 등 사이버무기를 개발해 실전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 배후라는 정황 증거도 제시됐다. 첫번째 공격은 지난달 27일 에스토니아가 탈린에 있는 소련군 동상을 옮긴 날에 시작해 5월3일까지 집중됐다. 두번째 공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2차대전 승전기념일(5월9일) 연설에서 에스토니아의 동상 이전을 비판한 때에 몰렸다.
정보통신 강국인 에스토니아로선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 시스템에 대한 공격을 국가 신경망 침해로 받아들인다. 전국민의 60%가 인터넷금융을 이용하고 지난 3월 총선에는 세계 최초로 인터넷 전자투표를 실시한 에스토니아는 ‘e-스토니아’로 불릴 만큼 인터넷이 활성화돼 있다.
3년 전 에스토니아가 가입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나토는 “매우 심각한 보안 문제”라며 “에스토니아만이 아니라 나토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나토는 사이버보안전문가들을 에스토니아로 보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도록 했다.
하지만 브뤼셀 주재 블라디미르 치조프 러시아 대사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만일 러시아 또는 러시아 정부가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말하려면 반드시 그 근거를 대야 한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때문에
18일 볼가강 근처 사라마에서 예정된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의 정상회담에서 사이버공격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에스토니아가 러시아의 책임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러시아는 마음만 먹으면 더 심각한 사이버 피해를 입힐 능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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