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견제와 균형을 택했다

프랑스 총선 정당별 의석수

우파 여당 과반 넘었으나 의석 줄고 사회당은 선전
“개혁 원하나 프랑스식으로”

프랑스 유권자들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경고를 담은 승리’를 안겼다.

17일 치러진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 결과,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은 전체 하원 577석 가운데 314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의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기존 359석에서 오히려 45석이 줄었다. 여론조사 등에서 예상되던 400석에는 훨씬 못미쳤다. 특히 여권의 거물이자 수석장관인 알랭 쥐페 에너지·환경장관이 남부 보르도 선거구에서 사회당 후보에 패해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타격을 안겼다고 <비비시>(BBC) 등이 전했다. 전직 총리인 쥐페 장관은 곧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패배 뒤 침체와 내부 갈등에 휩싸였던 제1야당 사회당은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사회당은 185석을 차지해 기존 의석에서 36석이나 늘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당수는 “프랑스는 두 다리로 걷게 됐다”며 환영했다.

공산당 15석, 녹색당 4석 등 다른 좌파 정당들도 41석을 확보했다. 장마리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은 한석도 건지지 못했다.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프랑수아 바이루의 중도정당 민주운동은 3석의 초라한 결과를 얻었다.

총선 결과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사르코지 대통령의 개혁을 지지하면서도 견제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상보다 강한 ‘좌파 야당’을 만들어 냄으로써 ‘너무 멀리, 너무 빨리’ 일방적으로 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을 우려하는 견제 목소리를 함께 표출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분석했다. 보수 일간지 <르피가로>는 유권자들이 사르코지에게 “(개혁은) 맞아. 그렇지만, 프랑스식으로” 라는 메시지는 보냈다며 “사르코지의 패배는 아니지만 분명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좌파 <리베라시옹>은 “우파가 왼쪽 훅을 맞았다”며 “유권자들은 일방적인 의회와 1인에 집중된 권력”에 반대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소속된 집권 여당이 단독으로 다수 의석을 차지한 것은 29년만이다. 이에 따라 사르코지는 ‘강력한 대통령’으로서 시장 지향의 경제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르코지는 오는 26일 의회 특별회의를 소집해 개혁 입법을 서두를 예정이다. 정부는 최근 감세, 주 35시간 노동제 완화, 치안 관련법과 이민법 강화 등 “프랑스를 현대화할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선거에서 표출된 강력한 견제 민심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최근 부가가치세를 5% 인상해 24.5%로 올리는 방안을 공개해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기 위해 빈자들의 세금을 올리는 정책”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박민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