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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그들은 왜 ‘청진기’ 대신 ‘폭탄’을 들었나

등록 2007-07-03 17:55수정 2007-07-03 19:10

영국 차량테러 미수사건 용의자로 아내와 함께 체포된 요르단 출신 의사 모하메드 아샤의 어머니가 2일 가족들이 살고 있는 요르단 암만에서 아샤의 사진을 들어보이며, 아들은 결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암만/AP 연합
영국 차량테러 미수사건 용의자로 아내와 함께 체포된 요르단 출신 의사 모하메드 아샤의 어머니가 2일 가족들이 살고 있는 요르단 암만에서 아샤의 사진을 들어보이며, 아들은 결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암만/AP 연합
영 공항테러 용의자 8명 중 6명 중동, 인도계 의사
‘무슬린 무장봉기 촉구 논리 지식인에 확산’ 분석도
촉망받던 의사들이 테러에 나섰다. 의문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붙잡힌 이들은 말이 없다.

지난주 영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런던과 글래스고에서의 차량폭탄 테러 미수 사건과 관련해 2일까지 8명이 체포됐으며, 그중 6명이 중동과 인도 출신 의사들이라고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영국에서 일어난 테러사건의 용의자들은 대부분 파키스탄 이민 3세 등으로 영국 사회에서 소외계층으로 살던 젊은이들이었다. 이번에 용의자로 체포된 이들은 모두 영국 병원에서 일해온 젊은 의사들로 밝은 미래가 보장된 지식인들이었다.

영국은 의료진 부족으로 중동, 인도 등에서 많은 의사들을 데려오고 있다. 이들은 영국 사회의 중요한 일부다. 무엇이 이들을 ‘테러리스트’로 만들었는지 의문만이 맴돈다. 하지만 미국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비난하며 ‘억압받는’ 무슬림들의 무장 봉기를 촉구하는 알카에다의 구호가 중동 출신의 지식인 계층에까지 확산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영국 언론에서 ‘주모자’로 보도된 요르단 국적의 신경외과 전문의, 모하메드 아샤(26)는 아내 마르와 유니스(27)와 함께 잉글랜드 북부 체셔의 M6 도로에서 30일 저녁 체포됐다.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으로 요르단에서 자란 아샤는 촉망받는 의사였다. 요르단 왕비가 엘리트 교육을 위해 세운 기숙학교와 요르단 국립의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2005년 영국에 와 버밍엄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영국 정부 기금으로 영국의 여러 병원에서 일했으며 최근에는 신경외과 전문의로 채용됐다.

잉글랜드 중부 스탠포트셔 뉴캐슬-언더-라임의 백인 중산층 지역에서 아내, 3살난 아들과 함께 이웃들과 문제없이 어울려 살았다. 그의 이웃 사이먼 플랜트(34)는 <뉴욕타임스>에 “아샤가 인종 편견에 대해 많이 걱정하는 듯 보였다”며 아샤의 아내가 이전에 살던 곳에서 인종차별을 당해 그가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유일한 단서다.

요르단 암만에 있는 동생 압델 카디르 아샤는 <가디언>에 “형은 공부밖에 몰랐고 영국 생활을 좋아했다”며 “그가 단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누명을 뒤집어 쓴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아랍어 교사인 아버지 자밀 압둘 카디르 아샤(55)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내 아들은 결백하다. 이런 정치적인 일에 말려들 사람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아들이 광신도가 아니라 온건한 무슬림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공항 건물에 불 붙인 차량을 타고 돌진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용의자는 이라크 출신 의사 빌랄 압둘라(27)다. 공항 근처 페이슬리의 로열 알렉산드라 병원의 일반 병동에서 일하던 그는 이라크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2004년 영국에 왔다. 이슬람 서적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버풀과 오스트레일리아 브리스번에서도 인도와 레바논계 등 의사들이 사건 용의자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의 체포에는 영국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화면과 런던에서 발견된 차량 안에 있던 기폭장치용 휴대전화가 주요한 단서가 됐다.

지금까지 수사 결과 용의자들이 알카에다와 직접 연관됐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들의 ‘테러’ 시도는 서툴렀다. 런던 중심부에 주차시킨 차량에 폭발물을 실어놓고 여러번 휴대전화를 걸어 이를 폭파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안정된 미래와 청진기를 내려놓고 서툰 폭탄테러에 나서게 했는지, 이들의 주장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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