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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 정보기관 권력다툼 치열…서로 총겨누며 ‘밥그릇 싸움’

등록 2007-10-29 20:49

보안국-마약단속국, 번갈아 상대직원 체포·총격
밀수·돈세탁 ‘이권 다툼’…푸틴 ‘교묘한 세력균형’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러시아 양대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보안국)과 연방마약단속국(마약단속국)의 치열한 권력 투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 일간 〈모스크바타임스〉는 29일 두 기관의 최근 권력 갈등 양상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지난 1일 중무장한 보안국 직원들이 도모데도브 공항에 나타난 알렉산더 불보프 등 마약단속국 직원 3명을 체포했다. 보안국은 불보프 등에게 기업을 보호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고 불법 도청을 지시한 혐의를 적용했다. 현장에는 불보프의 체포를 막기 위해 마약단속국 직원들도 대기하고 있었다. 이날의 대치는 양쪽의 멱살잡이 끝에 보안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불보프가 체포되기 며칠 전에는 그의 다차(별장) 앞에서 ‘체포’와 ‘저지’를 위해 진을 치고 있던 두 기관 직원들 사이에 5시간 동안 총격전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불보프는 자신의 체포에 대해, 보안국 창고시설을 이용해 중국산 제품 밀수와 관세 포탈을 일삼아온 가구회사를 수사한 것에 대한 보안국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이 수사로 보안국과 검찰의 몇몇 고위 관료들이 추방당하기도 했다. 불포프의 체포에 발끈한 그의 상사 빅토르 체르케소프 마약단속국장은 일간지에 기고를 내 “1990년 이후 러시아 사회를 파괴로부터 구하는 데 큰 기여를 해온 보안국이 권력과 영향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에 휘말려 있다”고 맹비난했다. 강력한 푸틴 정권 아래서, 강력한 정보기관들이 권력 싸움의 치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정보기관끼리의 갈등은 결국 크레믈(크렘린)에 대한 영향력과 밀수·돈세탁 등 ‘사업 영역’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모스크바타임스〉는 분석했다. 두 기관은 세관 검사대 몇곳을 장악해 자신들이 보호하는 기업들을 무사통과시켜 주고 사례비를 받고 있으며, 버젓이 유명 은행에서 돈세탁도 하고 있다. 한 기관이 보호하는 밀수업자를 다른 기관이 체포하면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잠복해 있던 권력 투쟁이 최근 불거진 이유에 대해 정치평론가 알렉세이 마카르킨은 “(푸틴의 임기가 끝나는) 2008년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은 되도록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느 기관도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점에 비춰, 푸틴의 영향력과 용인술이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전직 정보기관 직원은 “정보기관들 가운데 하나가 완전히 권력을 장악한다면, 푸틴의 권위가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특정 권력기관을 편들지 않으면서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데 놀라운 능력을 보이고 있다. 그는 불보프 체포로부터 일주일 뒤 보안국 본부를 방문해 보안국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20일엔 ‘불법 마약퇴치 국가위원회’를 만들어 체르케소프 마약단속국장을 위원장으로 앉혔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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