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부 말라가의 오래된 공동묘지에서 지난 16일 일꾼들이 ‘스페인 내전’ 당시 집단 매장된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말라가/AP 연합
스페인 법정, 2004년 참사 사망자 1명당 30년씩 계산…상징적 의미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 사건의 주범에게 최대 징역형 4만년이 선고됐다.
스페인 반테러 법정은 31일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일어난 열차 폭탄테러 주도자 3명에게 각각 4만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법원은 주범 중 테러 계획을 도운 이집트인에게 이례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런 형량은 사망자 한 명에 30년, 부상자 한 명에 20년씩을 부과한 것으로, 스페인 현행법상 최대 40년 이상은 복역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선고는 상징적인 의미를 띠게 될 전망이다.
이날 재판에서 하비에르 고메즈 베르무데스 판사는 열차에 폭탄 운반해 떠뜨린 혐의를 인정해 모로코인 자말 조우감 등 3명에게 4만년 가량의 형을 내렸다. 하지만 테러 계획을 조정한 이집트인 로베이 오스만 사예드 아메드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위해 증인 300명, 전문가 70명, 변호인 50명이 참여하는 5개월의 심리 기간과 3개월의 숙고를 거쳤다.
법원은 또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에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과격파 무장그룹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가 연관돼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날 재판은 폭탄 감지견과 경찰 헬리콥터가 동원되는 등 삼엄한 경비 아래 진행됐으며, 피고인들은 방탄유리 뒤편에서 심각한 얼굴로 판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무죄 판결을 받은 아메드는 이탈리아에서 복역 중이라 화상으로 재판에 참여했다.
2004년 3월 발생한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폭탄 테러는 191명의 목숨을 앗아가, 271명이 숨진 스코틀랜드 로커비 팬암기 폭파사건 이래 유럽에서 최악의 테러사건으로 기록됐다. 피고인들은 북아프리카 출신의 젊은 무슬림들로, 알카에다와 연계해 스페인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항의하고자 공격을 자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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