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주코프
여론조사서 ‘후계자 각인’ 드러나…잦은 TV노출 영향인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지난 9월 총리로 지명된 빅토르 주코프가 내년 5월 퇴임하는 푸틴의 후계자로 각인되고 있다.
전러여론조사센터(VTsIOM)가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가운데 26%는 푸틴이 주코프를 후계자로 지목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응답자의 72%는 푸틴이 이미 지지 후보를 결정한 것으로 보았다. 애초 선두그룹을 형성했던 세르게이 이바노프와 드미트리 메드베제프 등 2명의 부총리는 뒤로 밀려났다. 푸틴이 선택할 후계자로 이바노프를 꼽은 응답자는 17%, 메드베제프는 16%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던 주코프의 인지도가 급상승하게 된 것은 잦은 텔레비전 노출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영텔레비전은 주코프가 참여하는 행사들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보도했다. 주코프는 ‘강경한 발언’을 통해 푸틴의 이미지를 좇아가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실제 10월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45일 동안 국영텔레비전에서 주코프가 언급된 횟수는 441차례나 된다. 반면, 이바노프와 메드베제프는 각각 171차례와 250차례로 과거에 비해 확 줄었다. 국민들이나 전문가들은 이런 텔레비전 보도 횟수를 크레믈(크렘린)의 의중이 반영된 강력한 지표로 보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 푸틴’을 둘러싼 구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번 조사에서 “모르겠다”는 응답이 35%에 이른 점도 이를 잘 보여준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복수 후보 가능성’을 내비친 지난 9월 푸틴의 발언을 근거로, 푸틴의 승인을 받은 두명 이상의 대선 후보가 나와 경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기치 못한 제안을 불쑥 내놓는 푸틴의 성향에 비춰볼 때, 완전히 새로운 후보가 등장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푸틴을 ‘국가 지도자’로 추대하면서 헌법에 금지된 그의 3선 출마를 부추기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실제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3%는 푸틴이 내년 3월 대선에서 3선에 도전한다면 그를 지지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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