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협정 손 못대” 일단 거부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생존자들이 22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페어 슈타인브뤼크 독일 재무장관을 만나 추가 배상을 요구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들은 지난 1952년 두 나라 사이에 체결한 배상 협정에 따라 이뤄진 독일의 배상금이 이스라엘로 온 희생자·생존자들에게 충분치 못하다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이 지급한 배상금은 약 25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들은 △생존자들이 협정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살고 있으며 △나치 독일을 피해 옛 소련으로 도망쳤다가 옛 소련이 붕괴되면서 이스라엘로 온 ‘피해자’들을 예상할 수 없었던 점 등을 추가 배상 요구의 이유로 꼽았다.
이에 대해 슈타인브뤼크 장관은 “독일은 (1952년) 협정에 손을 대지 않으려 한다”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힌 뒤 “기존 협정의 범위 안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이스라엘 정부가 공식적으로 요청한다면 추가 배상안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가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자, 프리츠 쿤 녹색당 원내총무는 <쥐트도이체차이퉁> 인터뷰에서 “비열한 짓”이라고 맹비난하고 “우리 독일인들은 특별하고도 영원한 책임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가 배상에 대해선 이스라엘에서 회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사회 노년층의 부양은 정부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데, 독일에 손을 벌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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