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진출 장담못해…경찰 진압으로 이틀간 300여명 검거
다음달 2일 치러지는 러시아 총선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여당의 높은 인기를 비집고 들어가 보려는 야당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푸틴이 전국구 1번으로 나서는 통합러시아당은 80% 이상의 압도적 지지율로 의회를 장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군소 정당으로 쪼개져 있는 야당들은 의회 진출조차 장담하기 힘든 형편이다. 의회에 진출하려면 법률상 7% 이상의 득표율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모스크바에서 옛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가 이끄는 ‘다른 러시아’ 야당 연합 회원 2천여명이 ‘반 푸틴’ 시위를 벌인 것은 이런 야당의 절박함을 잘 보여준다. 시위대 가운데 100여명이 예정과 달리 중앙선거위원회 쪽으로 행진하자, 경찰은 카스파로프를 포함해 시위대를 대거 검거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카스파로프의 측근은 “카스파로프가 진압 경찰의 곤봉에 얻어맞은 뒤 버스에 강제로 실렸다”고 주장했다.
이튿날인 25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야당인 야블로코와 우파연합(SPS)이 시위를 벌이려다 200여명이 검거됐다. 러시아 정부는 이들에게 집회 허가를 내주지 않았으며, 진압 경찰들은 야블로코 당사에서 나오던 이들을 구타한 뒤, 대기하던 버스에 강제로 태웠다.
푸틴이 21일 그의 반대세력에 대해 “서방의 후원을 받는 자칼”이라고 비난한 뒤 나온 정부의 초강경 대응을 놓고, 푸틴의 야당 탄압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 “러시아 당국이 24일 반정부 시위자들에게 취한 공격적인 대응 방식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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