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지지활동 등 TV 보도 ‘독점’…60%안팎
2일 치러지는 러시아 두마(하원) 선거가 사실상 ‘푸틴의 독무대’로 바뀌어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9일 국영 텔레비전인 <채널1>을 통해 방영된 선거방송에 출연해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을 위해 2일 투표장으로 가 주길 바란다”며 “이번 총선 결과가 내년 3월 대선을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발 더 나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들은 엄청난 노력에 의한 것으로, 이 나라가 가만히 놔둬도 성공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환상’이다. 따라서 러시아를 발전으로 이끌 통합러시아당을 지지해줘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이번 총선에 푸틴이 통합러시아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하기는 했지만, 현직 대통령이 미디어를 장악한 채 일방적으로 득표 공세를 퍼붓는 것은 지나치게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국영 텔레비전은 푸틴의 일거수일투족을 중계하다시피 하고 있다.
러시아의 한 언론 연구기관이 10월1일부터 지난 22일까지 프라임시간대의 국영 텔레비전 정치뉴스를 분석한 결과, 푸틴을 포함한 통합러시아당에 대한 보도가 57~62%를 차지했다. 제1야당인 공산당의 노출은 겨우 1.2~3.4%에 지나지 않았다. 텔레비전 노출 빈도가 낮은 야권은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야당은 푸틴이 대통령 직위를 선거에 이용하고 있으며, 크레믈의 미디어 통제로 통합러시아당만을 위한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밖에 야당의 선거 공보물이 압수되는가 하면, 일부 주지사들은 이번 선거에서 여당의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 유권자들의 직장에 투표소를 설치하도록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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