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리, 49년만에 터키 방문
키프로스·종교문제 양국 골칫거리
키프로스·종교문제 양국 골칫거리
몇 십년을 앙숙으로 지내온 그리스와 터키가 화해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그리스 총리가 23일 터키를 공식 방문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리스 지도자가 터키를 찾은 것은 거의 1959년 5월 이후 처음으로, 거의 반세기 만이다.
그리스가 1820년대 오토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양쪽은 네 차례 전쟁을 겪으면서 격렬하게 대립해 왔다. 특히 두 나라 사이를 가른 에게해와 키프로스섬에서의 영토분쟁으로, 최근까지도 군사적 긴장과 갈등을 겪어왔다.
터키와 그리스는 지난 1999년 양국에 모두 피해를 입힌 지진 복구를 위해 협력을 시작하며,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현재 두 나라 사이에는 외교·군사 정기 회의가 열리며, 공군과 육군은 직통전화(핫라인)를 설치했다. 경제협력으로 교역이 증대됐고, 지난해 11월엔 카스피해에서 그리스까지 이어지는 가스관이 개통됐다. 그리스는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든든한 후원자가 돼주기도 했다.
그러나 1974년 그리스 귀속 문제를 놓고 터키군이 개입하면서부터 혼란스러워진 키프로스섬의 상황은 여전히 골칫거리다. 인구가 80만이 채 안 되는 작은 섬의 남쪽엔 친그리스 정부가, 북쪽엔 친터키 정부가 들어서 그리스·터키 정부의 ‘데탕트’와 무관하게 대치하고 있다.
무슬림 국가인 터키가 그리스 동방정교 성직자를 세계적 종교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 종교적 상황도 문제다. 터키 정부는 소수 종교 집단의 분리독립운동을 염려해 동방정교 최고주교인 바르톨로메 1세를 ‘무시’하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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