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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메드베데프 독주’ 김빠진 러 대선

등록 2008-02-28 23:19수정 2008-02-28 23:25

언론 밀어주기 속 지지율 70%…새달 2일 투표
‘메드베데프 대통령-푸틴 총리’ 현실화 가능성
대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의 분위기가 썰렁하기 그지없다. 여당 후보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2) 제1부총리의 독무대가 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멀어진 탓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후계자로 지명한 메드베데프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70%를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공산당의 겐나디 주가노프(63), 자유민주당의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61)가 10%대, 민주당의 안드레이 보그다노프(38)는 한자릿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정치사에서 전임자 임기 만료 뒤 선거를 통해 권력이 교체되는 첫 사례이지만, 메드베데프의 일방 독주가 선거를 맥빠지게 만들었다. 이는 2인자인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수렴청정’을 하겠다고 공언해온 푸틴의 독주를 뜻하기도 한다. ‘얼굴 대통령 메드베데프, 실세 총리 푸틴’ 구도 현실화 하는 것이다.

메드메데프의 지지율 고공행진에는 푸틴의 적극적인 후원 이외에도 러시아 언론들의 전폭적인 지지도 한몫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2일부터 25일까지 4명의 후보에 대한 국영 〈NTV〉의 황금시간대 보도를 분석한 결과, 메드베데프의 노출시간이 다른 세 후보를 합친 것보다 17.3배나 많았다고 28일 밝혔다. 또 메드베데프가 푸틴의 후계자로 지명된 지난해 12월10일부터 지난 26일까지 국영방송에서 언급된 횟수는 1832번에 이르렀다. 메드베데프는 흠집이 잡힐 수 있는 텔레비전 토론회는 거부하면서도, 집권 정당의 후보라는 이점을 한껏 누리고 있는 셈이다. 주가노프는 “매일 미국에서 선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고 있다”며 “그러나 러시아 텔레비전에서는 대선에 대한 어떠한 실질적인 토론이나 논쟁도 볼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게다가 메드베데프가 주로 ‘대선 후보’가 아니라 ‘제1부총리’로 텔레비전에 나오고 있어 다른 후보들이나 선거 감시단이 꼬투리를 잡기도 만만치 않다. 선거 감시단체인 ‘독립선거기구’의 아르카디 류바레프 감시국장은 “메드베데프가 텔레비전에 매일 나오고 있다. 실제로는 선거운동이지만 후보로 출연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가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무늬만 권력교체’, ‘선거전 없는 선거’, 언론의 정부 비판 실종 등을 들어 일부에선 러시아가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고 있는지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 언론인 아나스타시아 추코프스카야는 “우리가 무언가를 바꿀 힘이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며 무기력감을 호소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센터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의 67%가 정부정책에 거의 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이번 대선 투표는 새달 2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9만6천277개 투표소에서 실시되며, 잠정 개표결과는 이르면 다음날인 3일 오후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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