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스공급 50% 줄이자 “유럽 운송 보장못해” 맞불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이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던 천연가스를 50%나 줄여, ‘가스 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나라는 2006년 초에도 가스 공급 가격을 놓고 공급 중단과 가스관 폐쇄라는 극단적인 대결을 벌여, 우크라이나를 통해 가스를 공급받던 유럽 국가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로이터> 통신은 5일 우크라이나 쪽이 가스 대금 6억달러(약 5700억원)를 갚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가즈프롬이 3~4일 가스 공급량을 절반이나 감축했다고 보도했다. 세르게이 쿠프리아노프 가즈프롬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채무이행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추가 공급 축소를 배제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를 압박했다.
전날까지 협상 의지를 밝히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강공이 이어지자 맞불 작전으로 돌아섰다.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회사인 나프토가즈 우크라이니는 성명을 내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는다면 유럽 소비자들을 위한 가스 운송을 보장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에 대해서도 양쪽의 주장은 엇갈린다.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 쪽이 가스 대금을 완불하지 않은데다, 올해 공급분 계약도 공식적으로 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2007년 채무는 이미 해결됐으며, 올해 첫 두달분 공급량 계약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는데도 가즈프롬 쪽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부에선 지난달 5일 우크라이나의 세계무역기구 가입과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추진 등 친서방 정책에 대해 러시아가 정치적 대응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전체 가스 수요량의 25%를 러시아산으로 충당하고 있는 유럽연합은 2006년의 가스 공급 중단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조기 타결을 촉구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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