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부트
전설적인 옛소련 무기거래상…방콕서 미 함정수사에 걸려
‘죽음의 상인’이라 불리며 세계 분쟁 지역의 무기 밀매 시장을 주름잡던 옛 소련 출신의 빅토르 부트(41)가 붙잡혔다.
<비비시>(BBC) 방송 등은 6일,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수백만달러어치의 무기를 넘겨주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방콕의 한 고급호텔에서 기다리던 부트가 타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악명을 떨쳐온 부트는 미 마약단속국의 함정 수사에 걸려든 것으로 밝혀졌다. 마약단속국 요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콜롬비아무장혁명군으로 가장해 부트에 접근했다. 부트는 방콕에서 ‘가짜 무장혁명군’과 지대공미사일·로켓발사기 등 500만달러어치 무기 판매 계약을 맺기 위해 지난달 29일 타이에 입국했다 덜미를 잡혔다. 미 법무부는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단체에 무기를 공급하려 한 혐의를 적용해, 타이 정부에 부트의 인도를 공식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지키스탄 원주민인 부트는 모스크바 외국어군사학교를 졸업한 뒤, 국가안보위원회(KGB) 소령까지 지냈다. 옛 소련 붕괴 이후 그는 군축 과정에서 방출된 군용 화물기를 이용해 중동·아프리카·동유럽 등에 화물운송회사를 설립했다. 화물기들을 군사물자 수송에도 활용하면서 무기 밀매에 본격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부트가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등과도 거래했다며, 2006년 제재 조처를 가하고 그가 소유한 화물 수송기를 압류했다. 유엔 국제사면위원회는 2005년 보고서에서 불가리아·슬로바키아·우크라이나·키르기스스탄 등에 대한 유엔의 무기 금수 조처를 위반한 ‘가장 두드러진 해외 사업가’로 부트를 지정하기도 했다. 부트는 1990년대 수만명이 숨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라이베리아 내전 등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은 2002년 벨기에의 요청에 따라 돈세탁 혐의 등으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지만, 그는 범법자의 국외 인도를 금지하고 있는 러시아에 은둔하면서 체포를 피해왔다. 그의 생애는 니콜라스 케이지 출연 영화 <로드 오브 워>(Lord of War, 2005년 제작)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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