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요소 도입법안 투표 결과 국민 80% ‘안돼’
의료·교육 분야에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는 시장적 요소를 일부 도입하려던 헝가리 정부의 시도가 국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로이터> 통신 등은 의사 왕진비와 입원비, 대학 수업료의 10%를 당사자가 내도록 한 법안의 찬반을 묻는 9일 국민투표에서, 반대 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이날 보도했다. 입원비 도입에 대해선 85%, 의사 왕진비 300포린트(약 1500원)와 대학 수업료 일부 개인 부담에 대해서는 각각 83%가 폐지 쪽에 표를 던졌다.
헝가리는 1989년 사회주의 정권의 붕괴 뒤 동유럽에서 가장 먼저 정치적 자유와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무상 의료·교육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해, 2006년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가 유럽연합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9.2%에 이르렀다.
집권 사회당 연립정부는 2006년 총선 당시 복지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재집권하자마자 태도를 싹 바꿨다. 유로존 가입을 목표로 세금 인상과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이 잇따르자, 서민들과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싱크탱크 <비전 컨설팅>의 정치분석가 가보르 토로코는 “이번 투표 결과는 특정 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라기보다는 현 정부의 전반적 정책에 대한 불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제1야당인 피데스의 발의로 이뤄진 국민투표가 정부 법안의 부결로 귀결돼, 사회당 정부는 힘을 잃게 됐으며, 주르차니 페렌츠 총리도 사임 압력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집권 사회당의 지지도는 15~17%로, 피데스(40%)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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