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도심에 있는 ‘볼켄츠베르게 탁아소’에선 요즘 ‘워킹맘’(일하는 엄마)을 위한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일간 <빌트>를 발행하는 ‘악셀 슈프링거’에서 일하는 부모들은 출근 전 이곳에 아이를 맡기고, 저녁 7시 반이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간다. 악셀 슈프링거는 1960년대 여성해방운동을 지지하지 않는 보수적 매체였지만, 지금은 엄마들을 일터로 끌어들이기 위해 직원들의 탁아소 비용을 대고 있다.
‘워킹맘’을 배려하는 데 소홀했던 독일이 최근 부모수당을 늘리고 보육시설을 확충하면서 유럽에서 바닥권이었던 출산율을 올리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여성 고용률이 유럽에서 평균치 이상인 독일에서 여성들은 엄마가 되면 대부분 직장을 그만두거나 파트타임을 전전해야 했다. 독일 보육시설은 3살 미만 아이들의 6분의 1만 맡길 수 있을 만큼 부족했기 때문이다. 나치즘의 영향으로 1957년까지 독일 여성들은 일을 하려면 남편의 허가를 받아야만 했고, 일하는 엄마들은 자녀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 나쁜 엄마를 뜻하는 ‘까마귀 엄마’(라벤무터)로 불렸다. 남녀 사이 임금 격차도 커서 여성 임금은 남성에 비해 22% 낮았다.
지난해부터 독일 집권당(기민당)은 중산층 여성들이 일을 하면서 육아를 할 수 있도록 부모수당을 대폭 늘리는 등 칼을 빼들었다. 부모수당법을 도입해 아이를 낳은 부모들에게 매달 최고 1800유로(약 290만원)를 지급했다. 올해에도 2013년까지 3살 이하 아이들의 35%를 돌볼 수 있도록 보육시설을 늘리는 법률안이 통과됐다. <이코노미스트>는 부모수당 덕분에 지난해 독일의 출산율이 1990년대 이래 최고로 올라갔다고 전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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