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프랑스 ‘주35시간제’ 완화

등록 2008-07-24 22:09

상원 ‘기업별 탄력 적용 가능’ 법안 의결
숱한 폐지 논란에 휩싸여온 프랑스 ‘주35시간 근무제’의 운명이 결국 개별 기업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프랑스 상원은 지난 23일 주35시간 근무제의 골간은 유지하되, 기업별로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4일 보도했다. 그러나 노조를 비롯해 이 제도의 폐지에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 ‘주35시간 근무’의 효용성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새 법안은 기업들이 주35시간 근무를 의무적으로 지키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우회로’를 터줬다. 8월 말부터 프랑스의 기업들은 노조와 협상해서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연간 최대 근무일수가 218일이었지만, 앞으로는 235일까지 허용된다.

주35시간 근무제는 1998년 사회당 정부가 고실업을 퇴치하고 일자리를 나누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이는 프랑스 안팎에서 그 효용을 놓고 큰 논란을 불러왔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주35시간 근무제를 지목해 왔다. 프랑스 노동자들의 유급휴가가 연간 37일로 유럽에서 가장 긴 것은 단골로 지적돼왔다.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은 최근 주35시간 근무제를 설계한 마르틴 오브리 전 프랑스 노동부 장관을 최악의 관료에 포함시킬 만큼 혹평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06년도 보고서를 보면, 이 제도가 실업률을 낮추거나 고용을 늘리지 못하고, 되레 노동자들이 ‘투 잡’(겹벌이)을 찾아 나서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경제장관은 ‘주35시간 근무제’를 손질한 것 외에도 실업수당 지급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일련의 개혁 조처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해마다 0.3%포인트씩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35시간 근무는 여전히 프랑스에서 인기가 많다. 지지자들은 이 제도가 일과 가정을 동시에 꾸려가는 데 큰 도움을 준데다, 장시간 근무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방지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 다수가 ‘현행 유지’를 원했다. 이 때문에 완전 폐지를 주장했던 대중운동연합도 ‘제도 완화’로 돌아섰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998~2002년 사이에 모두 35만개의 일자리가 이 제도로 인해 창출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 통신은 이를 위해 10억유로의 비용이 투입됐다고 덧붙였다.

주35시간 근무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새 법은 일단 대기업보다는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먼저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프랑스간부노동자총연맹의 화학분과 의장인 필리프 제제는 “대기업에선 어떤 노조도 근무제도 변경을 위한 협상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기업에선 상대적으로 협상이 더 쉽게 타결될 수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