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주재 대사 “냉전이후 가장 포괄적 수준”
냉전 시절 ‘바르샤바조약기구’의 부활인가.
러시아가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만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맞서는 새로운 안보조약을 신설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높이려 하고 있다. 러시아가 구상 중인 새 안보조약은 중국과 인도까지 포괄하는 등 1991년에 해체된 사회주의권의 옛 ‘바르샤바조약기구’보다 더 큰 틀이다.
드미트리 로고진 나토 주재 러시아 대사는 28일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본부에서 나토 회원국 외교관들과 만나 “냉전시대 종식 이래 가장 포괄적인 새로운 안보조약의 상세한 밑그림을 9월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앞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초 베를린 방문길 등에서 나토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로는 풀기 어려운 유럽의 안보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이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28일 러시아가 최근 경제부흥을 발판 삼아 새로운 방식으로 자국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을 암시한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나토에 대한 반감을 높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외교권을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가 더 폭넓은 조약을 꾀한다면서, 사실상 나토를 밀어내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 총리는 이런 ‘자극적’ 논쟁을 위해 강경한 민족주의자로 평판이 나 있는 로고진 대사를 의도적으로 브뤼셀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로고진 대사는 이날 “나토와 같은 국제기구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나토가 (그루지야 등) 옛소련의 영향력 아래 있던 나라들로 확장되는 것은 유럽이 스스로 잠재적 동맹국에게 문을 닫아버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나토 국방대학의 러시아 전문가 앤드루 모너핸은 “러시아는 현재의 안보조약들이 과거 냉전시대의 유물이라고 믿고 있다”며 “스스로를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분석가들조차 “나토를 대체할 목적으로 서유럽 국가들을 소집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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