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일어난 주에 164억달러 빠져나가
경제체질 건강해져 큰 충격은 없을 듯
경제체질 건강해져 큰 충격은 없을 듯
자본은 정치적 불안정을 싫어한다. 리스크(위험도)가 커지는 탓이다. 가장 큰 정치적 불안정은 역시 전쟁이다.
러시아가 친미국가인 그루지야를 침공한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모두 70억달러(7조원)의 외국 자본이 모스크바를 빠져나갔다고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 통신이 21일 전했다.
지난 16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그루지야와 휴전협정에 최종 서명했으나, 22일 현재까지도 러시아군은 그루지야를 완전히 떠나지 않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바탕으로 최근 몇 년간 8% 안팎의 고성장을 거듭해온 러시아에 벌떼처럼 몰려든 서구 자본이, 서구가 원치 않았던 전쟁을 이유로 과연 러시아를 얼마나 등질까?
러시아 중앙은행은 “전쟁이 일어난 그 주에 모두 164억달러가 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러시아를 떠났다”며 “외국인들이 일부 자산·주식 시장에서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1일 전했다. 이런 흐름은 1998년 ‘루블 위기’ 이래 가장 빠른 비율의 자본 이탈이다. 모스크바 증시는 한때 2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올 들어 4% 상승한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도 전쟁 직전에 비해 최저 2.5%까지 하락했다.
겐나디 멜리키얀 러시아 중앙은행장은 “지금이 바닥”이라고 말했다. 국외 자본의 추가 이탈은 없다는 뜻이다.
반면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은 17일 “정치적 리스크는 2008년 내내 국외 자본의 러시아 유입에 장애가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올 국외 자본 유입액은 300억~400억달러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이는 2007년 러시아로 유입된 820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치적 리스크와 함께 미국발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 부실 대출로 촉발된 세계 신용경색의 장기화와 세계 경제 동반 침체는 국외 자본의 러시아 철수가 더 늘어날 것이란 비관적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러시아 국내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6년 만에 최고치인 15.2%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미국 등 서방은 전쟁 직후 러시아에 “과거처럼 사업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주요 8개국(G8) 회의에서 러시아를 배제시키겠다는 논의에서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을렀다. 하지만 실행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998년과 달리 러시아 경제의 체질도 강화됐다. 러시아는 5810억달러로 세계 3위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한다. 또 세계 2위의 산유국이자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이다. 최근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 추세가 갑자기 추락할 가능성도 없어, 일부 국외 자본의 이탈이 러시아 경제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미국 등 서방은 전쟁 직후 러시아에 “과거처럼 사업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주요 8개국(G8) 회의에서 러시아를 배제시키겠다는 논의에서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을렀다. 하지만 실행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998년과 달리 러시아 경제의 체질도 강화됐다. 러시아는 5810억달러로 세계 3위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한다. 또 세계 2위의 산유국이자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이다. 최근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 추세가 갑자기 추락할 가능성도 없어, 일부 국외 자본의 이탈이 러시아 경제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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