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한달 맞아 메드베데프·사카슈빌리 만나
그루지야 전쟁이 한달을 맞은 8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와 그루지야를 잇따라 방문해 사실상 마지막 ‘중재’에 나섰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달 전쟁 발발 뒤 발빠른 중재로 평화협정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러시아군이 분쟁지역에 주둔하면서 ‘반쪽짜리 협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날 사르코지 대통령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그루지야 안 자치지역인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에 대한 평화협정의 이행을 위한 회담을 가졌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사르코지는 지난달 12일 모든 군사적 행위를 중단하고, 양국 군대가 전쟁 발발 이전의 주둔지로 돌아갈 것을 뼈대로 하는 합의를 중재했다. 하지만 이 협정은 러시아군이 추가적인 안보조처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고 해석할 여지를 남겨둬 불씨를 남겼다. 사르코지에 기댄 서방의 목적은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에 주둔한 러시아군을 철수시키고, 인근 지역 국경선을 다시 그리려는 러시아의 의도를 제어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사르코지와의 회담에 앞서, 양국의 수장은 한치의 물러섬도 보이지 않았다.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7일 “(러시아 이외의) 전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의 도움을 받아,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지역을 다시 되찾겠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6일 국가평의회에서 “8월8일을 기점으로 세계는 변했고, 러시아는 그 누구도 (러시아) 시민들의 생명과 존엄을 침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에이피>(AP) 통신은 “사르코지가 지난달 이끈 평화협정은 침몰했고, 8일 모스크바와 트빌리시 회동이 침몰한 협정을 살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분석가들은 이를 위해선, 결과 지향적인 외교행보를 보여온 사르코지가 이번 회동에선 러시아와 그루지야 간의 긴장을 식히는 데 우선적 목표를 둬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또 다른 분석가들은 “유럽연합은 러시아와 같은 나라의 등장에 대한 근본적 문제 해결 방식을 갖추지 못한 채, 외교적 수단만 강구하려한다”고 관측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한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8일 그루지야가 러시아를 상대로 제기한 ‘남오세티야에서 러시아의 인종청소 의혹’ 제소건에 대한 심리를 시작했다. 그루지야는 러시아군이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에 살고 있던 수천명의 민간인을 숨지게 했다고 주장해 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