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오세티야·압하지야는 제외
러시아가 9일 그루지야 영토에 주둔한 러시아군의 철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루지야 전쟁을 촉발했던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지위를 놓고 관련국들은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이날 그루지야 내무부는 러시아군이 압하지야 국경선 부근의 주디디 지역 내 간무하리 마을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루지야 영토에서 러시아군의 철수가 시작됐지만, 핵심 분쟁 지역은 예외다.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그루지야의 영토에서 러시아가 철군한 뒤에도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에 7600명 규모의 병력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세르듀코프 장관은 “러시아와 두 자치지역이 이미 각 지역당 3800명의 병력을 두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8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중재로 △7일 이내에 그루지야의 포티와 세나키 사이 검문소에 배치된 러시아군을 철수하고 △10월1일까지 남오세티야에 200명의 유럽연합 감시단을 배치한 뒤 10일 이내에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하는 데 합의했다. 아울러 다음달 15일 제네바에서 두 자치지역의 지위에 관한 국제회의를 여는 것도 합의안에 포함됐다.
사르코지가 중재한 이번 추가 평화협정은 러시아군의 구체적인 철군 일정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지난달 12일 ‘불완전한 협정’을 이끌어 러시아의 철군을 늦추는 빌미를 줬다는 평가를 받아온 사르코지가 각별한 신경을 쓴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그루지야 안 자치영토를 놓고 양국의 태도는 더 강경해지고 있다. 추가 평화협정에 합의한 뒤에도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에서도 러시아군이 당장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두 지역에 대한 독립 승인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라며 맞섰다. 러시아 평화유지군은 지난 1994년 휴전 협정에 따라 두 지역에 배치돼 있으나, 그루지야는 “사실상 점령군”이라며 철군을 주장해 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