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겔 “유로화 회의론 자취 감춰”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유럽연합(EU)이 금융위기의 최대 승리자로 떠올랐다고 독일 주간 <슈피겔> 인터넷판이 27일 전했다. 특히 유럽의 일부 나라들이 표명해온 ‘유로(euro) 회의론’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 6월만 해도 아일랜드는 국민투표를 통해 ‘리스본 조약’(더 강력한 유럽 통합을 위한 조약으로, 전체 회원국이 찬성해야 발효됨)을 부결시켰다. 이는 유럽연합에 더 큰 권력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러시아와 그루지야 간 전쟁이 벌어진 8월에도 유럽연합에선 불협화음이 들려왔다. 폴란드 등 동유럽권 나라들이 그루지야와의 강력한 연대를 부르짖을 때, 프랑스와 독일 등은 러시아에 천연가스 수입을 의존하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이제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유로화가 금융위기 속에서 안전한 피난처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유로를 거부해온 덴마크의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총리는 “현재의 금융위기는 덴마크가 유로에 합류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5%로 유지하고 있지만, 유로존 나라들의 기준금리는 3.25%인데다 앞으로 더 낮아질 전망이다. 최근 덴마크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50.1%가 유로화 채택에 찬성했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아이슬란드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아이슬란드의 통화 가치는 유로화에 견줘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아이슬란드 신문 <프레타브라비드>는 24일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68%가 유로화 채택에 찬성했고, 59.6%는 유럽연합 가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에는 아이슬란드 국민의 48.9%만이 유럽연합 가입을 지지했다. 아이슬란드경제연구소의 군나르 하랄드손 소장은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잃은 중산층들은, 금융위기를 겪느니 차라리 권력을 유럽연합에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와 체코 등 리스본 조약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던 나라들이 심각한 경기침체로 마음을 바꾸면서, 리스본 조약의 발효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슈피겔>은 “더 가까운 동맹이라는 유럽의 꿈이 한층 빨리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