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경찰의 발포로 한 10대 소년이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사흘째 계속되고있다.8일(현지시간) 아테네에서 발생한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 아테네 폴리테크닉(공예학교) 앞에서 화염탄 공격을 받고 있다. 아테네/AFP 연합뉴스
망명정책 항의하다 경찰총에 사망…교수·학생도 반발
한 소년의 죽음이 그리스인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망명 신청을 둘러싼 항의 시위가 15살짜리 소년의 죽음을 계기로 좌파, 노동자, 무정부주의자, 학생들이 가담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발전하면서 사흘째 벌어져 그리스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가 숨진 소년의 가족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폭력 시위와 방화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알렉산드로스 그리고로풀로스는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엑사르케이아 구역에서 시위를 하다 경찰이 쏜 총탄 세 발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전날 이민자 수백명은 망명 신청서를 내려다 이민 당국이 몇 명만 서류를 받고, 한 망명 신청자가 다치자 시위를 벌였다. 소년은 사건 당일에도 이어진 시위에 참가했다가 변을 당했다.
이튿날 소년의 죽음에 분노한 수천명의 청년과 무정부주의자, 시민들은 아테네와 제2도시 테살로니키, 크레타 등 곳곳에서 “경찰은 돼지, 살인마!”라고 외치며, 자동차와 상점, 은행에 불을 지르고 파괴했다. 수천명의 시위대는 8일도 아테네와 살로니카 등 주요 도시의 대학 건물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다. 지금까지 아테네에서만 은행 24곳, 상점 35곳, 집 12채, 자동차 24대가 불에 타거나 손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만692명의 망명 신청자 가운데 140명에게만 망명을 허용한 그리스에서는 늘어나는 불법 체류자와 망명 허용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현 정부의 경제 정책과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대학교수들도 파업에 들어갔고, 인터넷에선 고등학생들에게 교실 밖으로 나와 시위에 참가할 것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8일 전했다.
사건 당시 소년에게 총을 쏜 경찰관 등 두 명은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내무부와 청소년부 장관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으나, 총리가 거부한 상태다. <로이터>는 이민 문제뿐 아니라 “최근 몇 해 사이 커진 빈부 격차가 청년들의 분노를 증폭시켰다”고 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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