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학진입 금지 덕
시위대들 학내로 모여
시위대들 학내로 모여
그리스의 대학들이 반정부투쟁의 전진기지로 변했다. 지난 70년대 반독재투쟁의 전통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 중심부에 위치한 아테네국립공대(아테네 폴리테크닉)에는 최근 마스크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시위대들로 넘쳐난다. 이들은 대학 교정을 완전히 장악했다. 운동장은 진압경찰을 공격하기 위한 화염병과 짱돌을 쌓아두는 창고로 변모했고, 일부 대학 건물의 벽면과 복도 등은 경찰을 비난하는 그라피티(벽화 낙서)로 가득하다.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의 대리석조차 시위대의 공격 도구가 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16일 “대학이 장기간 시위를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시위대의 무기고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1836년에 설립된 아테네국립공대는 엔지니어와 건축가, 과학자 등을 양성하는 그리스의 명문 대학이다. 1973년 그리스의 군사정권이 민주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탱크를 동원해 아테네국립공대를 무참히 짓밟은 이후 제정된 ‘대학사면법’은 경찰의 대학 진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급진단체들의 해방구가 돼왔다. 이 때문에 거의 매일 밤 이 대학 주변은 ‘도시의 전쟁터’를 방불케하고 있다.
아테네국립공대의 콘스탄티노스 무추리스 총장은 <뉴욕 타임스>에 “학생 시위대들이 주를 이뤘던 과거에 비해, 이번에는 여러 종류의 그룹이 섞여 있어 통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무정부주의자와 이민자들까지,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이들부터 반세계화주의자들까지 여러 그룹이 대학 내에서 모여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일 경찰 총격에 의한 소년의 죽음으로 촉발된 그리스의 반정부 시위는 15일 다시 시작됐다. 2천여명의 청년들은 이날 아테네 주요 경찰서 주변에서 진압 경찰들과 대치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15일 크리스마스 연휴 뒤에 10만명에 달하는 대랑실업 사태가 예견된다며, 시위가 더 격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리스노동자총동맹의 스타티스 아네스티스는 “내년에 일자리 10만개가 사라질 것이며, 이로 인해 실업률도 5% 이상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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