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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유럽, 러-우크라이나 가스분쟁에 끙끙

등록 2009-01-05 18:47수정 2009-01-06 01:47

체코·터키 등 향하는 가스 평소 5~30%로 줄어
80% 우크라이나 통과…장기화땐 에너지 대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 분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불똥이 유럽 나라들로 튀면서 ‘제2차 유럽 가스대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연말 우크라이나와 가스 가격 협상이 결렬되자, 5일로 닷새째 우크라이나행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5일 체코와 터키,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유럽 6개국이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가스양이 평소보다 5~30% 줄었다고 전했다. 루마니아의 국영기업 트란스가스는 지난 1일 양국의 가스 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로부터 수입되는 가스양이 평소보다 30% 줄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뉴스>는 이달 들어 사흘 동안 발칸반도 인근 나라들의 가스 부족분이 2140만㎥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유럽 나라들은 전체 가스 소비의 25%를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80%가 우크라이나를 거쳐 들어간다. 유럽 나라들이 수입하는 가스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들여오는 가스가 통과하는 것과 같은 가스관을 거쳐야 한다. 일부 나라들에 가스 공급이 줄어든 데 대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유럽에 보내는 가스 공급량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유럽 소비자들에게 공급될 가스의 6분의 1가량을 유용했다며, 스웨덴 스톡홀름의 국제중재법원에 제소할 방침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06년에도 유사한 분쟁을 일으켜, 이탈리아를 비롯한 일부 유럽 나라 국민들을 혹한에 떨게 만들었다. 과거 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는 거의 특혜 수준의 가격으로 러시아 가스를 공급받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2004년 ‘오렌지 혁명’ 뒤 친서방정권으로 돌아서자,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랭해졌고 러시아의 가격 인상 요구도 거세졌다.

우크라이나 국영에너지 기업 나프토가스의 임원 올레 두비나는 4일 “양국의 협상이 이미 막다른 골목에 접어들었다”며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내비쳤다. 러시아의 가스프롬은 가스 1천㎥당 450달러를 요구하고, 우크라이나는 201달러까지만 줄 수 있다고 버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지급한 금액은 179.5달러였다.

이번 협상에서 러시아가 보인 강경한 태도는 최근 러시아가 겪고 있는 정치적·경제적 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은 분석했다. 한때 러시아 부활의 상징이었던 에너지 대기업 가스프롬은 지난해 금융위기 뒤 극심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갈망하고 있어 러시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5일 순회의장국인 체코 당국자와 집행위 고위관계자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파견했다. 러시아 가스의 최대 수입국인 독일 등에선 아직 파장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유럽 전역에 에너지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가스프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당장은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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