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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영국 구제금융 위기…세계경제 ‘2차쇼크’ 오나

등록 2009-01-23 17:53수정 2009-01-23 22:30

미국보다 심각한 가계부채에 파운드·증시 폭락
민간은행 붕괴도 부담…보수당 “2차 IMF 가능”
미국발 1차 금융위기에 이어 영국발 2차 금융위기가 올까?

지난해 미국에서 불붙어 전세계로 번졌던 금융위기가 휴지기를 지나 대서양 건너편 영국에서 다시 불붙을 기미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영국의 은행들이 정부에서 2차 구제금융까지 받았지만, 생사의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을 다시 불안케 하고 있다. 곤두박질치는 파운드화와 증시, 불어나는 재정적자는 영국이 30여년만에 다시 ‘굴욕의 역사’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낳고 있다.

영국 보수당 대표인 데이비드 카메론은 22일 “만약 우리가 노동당의 무책임한 재정정책을 계속한다면, 언젠가 돈이 바닥나 다시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영국은 서유럽 국가로는 최초로 1976년 39억달러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다.

집권 노동당은 카메론 대표가 영국 경제를 너무 깔본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카메론의 참견은 영국이 2차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세계 경기후퇴에서 특히나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신호들이 나타나는 가운데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1.3618까지 추락했다. 198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 1년간 30%나 폭락했다.

앞서 고든 브라운 총리는 19일 약 2천억파운드(363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은행권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370억파운드의 구제금융을 투입했지만,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은행 구제에 총 3500억파운드 이상 쏟아부어야 한다는 전망들도 나온다.

영국 기업사상 최대의 연간 손실(280억파운드)을 예고한 스코틀랜드왕립은행은 지난 5거래일 동안 주가가 무려 68%나 폭락했다. 영국 최대 은행들로 꼽히는 로이드뱅킹그룹과 바클레이즈도 같은 기간 주가가 각각 55%, 47% 폭락했다. 1차 구제금융으로 정부가 각각 70%와 43%의 지분을 보유한 스코틀랜드왕립은행과 로이드뱅킹그룹의 완전 국유화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금융위기의 첫 희생양이 돼 국유화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은행 노던록에 138억달러를 투입한다고 이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22일 “영국의 부동산 거품은 미국보다 심각하다”며 “2007년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가 141%였던 반면 영국은 177%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집값이 꺼지면서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영국 경제 전체가 숨이 넘어갈 지경에 이른 것이다.

올 영국 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실업률은 이미 10년만에 최고치인 6.1%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세수는 주는 반면 구제금융 등의 비용 증가로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의 9.4%에 이를 전망이다. 유로화를 쓰는 15개국(유로존)의 평균 4.9%의 두 배에 이르며, 재정적자로 악명 높은 미국(8.4%)보다 높은 수준이다.

<뉴욕 타임스>는 “분수에 넘게 살면서 부풀려 온 빚으로 섬나라의 통화는 추락하고, 금융시스템은 점점 국유화로 치닫고 있다”며 “그들은 1970년대 자신들을 낙담케했던 경제적 불황이 재현될지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5위의 경제대국 영국이 추락한다면, 전세계에 미칠 파장 또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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