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영국 부가세 인하는 실수, 체코에 자동차공장 옳지 않아”
영국 총리실 격노 체코 총리도 발끈
영국 총리실 격노 체코 총리도 발끈
니콜라 사르코지(사진) 프랑스 대통령의 ‘거친 입’이 외교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사르코지 대통령은 특별 회견에서 느닷없이 “영국의 부가세 인하는 전혀 아무런 성과가 없는 조처였다”며 “영국의 소비는 여전히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영국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감세보다는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주안점을 둔 자신의 경기부양책을 홍보하려한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부가세 인하 정책을 깎아내린 셈이다.
사르코지는 또 “프랑스와 달리 영국엔 남아 있는 산업이 하나도 없다. 몰락을 앞둔 은행들만 남았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는 금융산업의 추락으로 영국의 산업이 아예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프랑스인들의 일반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풀이했다.
영국 총리실은 격노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에서 7일 아침 영국 경제정책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전해왔다”면서도 “어떻게 그런 단어들이 비판이 아닐 수 있는지에 대해, 프랑스 쪽에 되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부가세 인하 조처의 성과를 따지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며, 올해 1.2% 가량의 소비진작 효과가 있을 전망”이라고 반박했다. 브라운 총리는 이달 말 경기침체 대응책 논의를 위한 유럽 정상회의에서 사르코지의 발언을 문제 삼을 것이라고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영국 야당인 보수당은 이를 기회삼아 브라운 총리를 압박했다. 조지 오스본 보수당 의원은 “브라운의 실패한 정책이 영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정부로부터도 비난받고 있다”며 “브라운은 세계 경제를 구하겠다고 하지만, 다른 나라 지도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조롱했다.
사르코지의 회견은 체코와의 관계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는 “프랑스인에게 팔 차를 체코에서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우리는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원치 않으며, 가능하면 되돌려야한다”고 말했다. 이는 프랑스 기업 푸조-시트로앵이 체코에 부품공장을 두고 있는 것을 겨냥한 비판이었다. 미렉 토폴라넥 체코 총리는 “자유무역의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비난했고, 체코 상공회의소도 성명을 통해 “유럽연합을 해체하자는 간접 신호냐”며 반발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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