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라 브루니. 사진/AP연합
‘모국 이탈리아 ’‘에이즈 퇴치기금’ 미납 맹비난
카를라 브루니 프랑스 대통령 부인의 거침없는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가 모국인 이탈리아의 보수우익 정부를 비판하는 등 스스로 “좌파 여성”이라고 밝힌대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 국제기금’의 친선대사로 활약중인 브루니는 지난주 이탈리아 정부의 기금 미납을 문제 삼았다. 그는 “1억1100만 파운드(약 2246억원)의 기금을 내기로 약속한 이탈리아 정부가 이런 계획을 보류했다”며 이탈리아를 맹비난했다고 <선데이 타임스>가 15일 전했다.
브루니는 ‘에이즈 퇴치를 위해선 ‘콘돔’ 보다 ‘금욕’이 더 필요하다’고 믿는 교황청에 대해서도, “바티칸이 이탈리아 정부가 기금을 내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는 7월엔 이탈리아 사르디니아에서 열릴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참석해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올해 말까지 기금을 모두 낼 것”이라며 “(브루니가 이탈리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박해, 브루니의 발언을 두고 양국의 외교적 긴장도 일고 있다.
시사 주간 <타임>도 최근호에서 “브루니는 이탈리아의 반역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브루니가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으로 이탈리아인들의 지지를 받아 왔지만, 최근 그가 개입된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로 인해 브루니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은 “지난해 10월 브루니가 사르코지 대통령을 설득해, 이탈리아의 좌파 테러리스트 마리나 페트렐라의 이탈리아 송환을 막았다”고 전했다. 페트렐라는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당 정부 시절 만들어진 특별사면법에 따라, 프랑스에서 망명생활을 해왔다.
우파 성향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도 브루니의 도마에 올랐다. 베를루스코니는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 직후 “젊고, 잘생기고 제대로 선탠한 지도자”라는 무례한 농담을 던졌다가, 브루니로부터 곧바로 “내가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것이 다행”이라고 일침을 받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 2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주간 <르푸앵>과 가진 인터뷰를 인용하며 “사르코지가 그의 부인이 자신의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사르코지는 인터뷰에서 “나는 그녀가 말하는 것들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그녀의 견해는 나의 관점과 나의 사고를 넓혀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녀는 아주 대단한 여성이며, 나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며 브루니를 치켜세웠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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