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사용자단체와 4조6천억원 구제책 시동
중도우파 성향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서민층을 향해 시선을 낮췄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8일 프랑스의 주요 5대 노조 및 3대 사용자단체 대표자들과 함께, 최대 26억5천만유로(약 4조6천억원)에 달하는 저소득 가구 및 실직자 지원대책을 마련했다고 <프랑스 24> 등이 보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새롭게 마련한 조처 중에는 실직 전 근무기간이 2~4개월밖에 되지 않는 노동자에게도 1회에 한해 500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과 400만명에 달하는 저소득층 가구에 대한 감세 등이 포함됐다. 노사정 회동이 끝난 뒤, 사르코지는 이날 밤 프랑스 국영방송에서 “26억5천만 유로의 재정지원 및 복지혜택 외에, 30억 유로 가량을 노동자들의 직업훈련기금 등에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르코지는 통계청에 기업이 노동자와 이익을 분배하는 더 나은 방식을 연구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프랑스 우량주 CAC 40지수에 등록된 기업들은 올해 540억유로 이상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하게 된다”며 “이것은 기업이 노동자들과의 분배에 있어서도 일종의 ‘기준치’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9일 “사르코지가 서민층 지원을 요구하는 대중적 압력에 결국 고개를 숙인 것”이라고 평했다. 지난해 12월 260억유로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때만해도, 사르코지는 감세나 사회안전망 보다는 기업 투자에 비중을 뒀다.
프랑스의 실업자는 지난해 12월 21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 경제성장도 크게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 쏟아졌다. 정부의 경제위기 대처에 항의한 노동계는 지난달 29일, 25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프랑스령 과들루프섬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신문은 “사르코지가 1995년에서 2006년까지, 중도우파 정부를 무기력하게 만든 반정부 시위로 확산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18일 “사르코지가 이날 노사정 회동에 자신의 임기를 걸겠다고 측근들에게 말할만큼 큰 의미를 뒀다”고 전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장프랑수와 도리도트 대표는 <블룸버그 뉴스>에 “사르코지가 그의 정책에서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그가 은행과 자동차업체 뿐만아니라, 일반 노동자들의 요구에도 응답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요구 등이 수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 쪽은 다음달 19일로 예정된 2차 총파업을 예정대로 강행할 방침이다. 프랑스노동총동맹(CFDT)의 프랑수와 쉐레크 위원장은 “정부 조처가 아직 불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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