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 제품 못쓰게 리베이트 지급 혐의
유럽연합(EU)이 세계 최대 컴퓨터칩 제조업체인 인텔에 불공정거래 혐의로 사상 최고액인 10억6천만유로(14억4천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3일 이러한 벌금 부과액을 확정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이번 벌금은 유럽연합 집행위가 불공정거래 혐의에 부과한 벌금으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집행위는 인텔이 에이엠디(AMD) 등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기 위해 델, 휼렛패커드, 레노보 등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들이 자사 컴퓨터칩을 구입하는 대가로 수년간 리베이트를 지급해왔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또 에이엠디 제품을 사용하려는 컴퓨터 제조업체들에 금품을 제공해 에이엠디 컴퓨터칩이 탑재된 컴퓨터 출시를 중단하거나 연기하게 했다.
전세계 개인용 컴퓨터칩 시장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는 인텔이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업체 에이엠디를 몰아내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결론이다. 네일리 크루스 유럽연합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인텔이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아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고 관련 산업의 혁신을 방해했으며 소비자에 피해를 안겼다”고 말했다.
10억6000만유로는 인텔의 지난해 매출액의 약 4%에 해당하며, 인텔은 벌금을 공식 통보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전액 납부해야 한다. 크루스 집행위원은 “인텔이 5년 넘게 이런 부당행위를 해온 점에 비추어 볼 때 벌금액은 놀라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벌금은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독점행위에 부과된 8억9900만유로보다도 훨씬 많다. 인텔의 폴 오텔리니 최고경영자(CEO)는 “잘못된 결정”이라며 유럽연합 법정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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