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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슈뢰더 “조기총선” 정면돌파

등록 2005-05-23 18:15수정 2005-05-23 18:15


■독일사민당 베스트팔렌주 의회선거 참패

‘39년 지지 표밭’ 100만 실업자 등돌려
기민련 주도 연정 16개주중 11개 장악
올가을 ‘위기의 남자 슈뢰더’ 정치도박

독일 정치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22일 실시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의회선거에서 집권 사민당(SPD)이 39년만에 참패한 직후 조기총선이라는 의외의 정치적 승부수를 내놓았다.

슈뢰더 총리는 이날 선거패배 직후 “이번 선거 결과는 우리가 개혁정책을 계속할 정치적 근거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며 조기총선 요구의 배경을 밝혔다. 그는 개혁 추진에 확고한 지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내년 가을로 예정된 연방 하원 총선을 앞당기는 것은 자신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사민당은 지난 2000년보다 5.5% 줄어든 37.1%의 지지에 그쳤다. 야당인 기민련(CDU)은 44.8%의 지지를 얻었다. 이로써 기민련과 자민당 연정은 사민-녹색연정을 누르고 187석 중 101석을 확보했다.

독일연방 16개 주(랜더) 가운데 최대이자 인구가 밀집한 산업지역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사민-녹색연정의 패배가 갖는 의미는 크다. 라인강 기적의 중심지로서 그동안 노동자 계층의 지지로 1966년 이후 져본 적이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또 연방정부를 제외하고 유일한 사민-녹색연정의 지방정부였다. 이미 야당은 16개 주 중 11개 주를 장악해 연방정부의 모든 개혁을 저지할 수 있는 전체 지방정부의 3분의 2선에 육박하게 됐다.


▲ 22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의회선거에서 승리한 기민련 후보 중 하나인 유에르겐 로에트거스가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의 브이(V)자 만들어 보이고 있다. 뒤셀도르프/AFP 연합 \

사민당은 이번 선거를 사실상 중간평가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총력을 기울여 왔다. 프란츠 뮌테페링 사민당 당수가 최근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비판을 가한 것이나, 슈뢰더 총리가 헤지펀드 감독을 강화하는 법안 검토를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런 좌파 정책 회복을 통한 노동자 지지층에 대한 호소도 별 효과가 없었다. 1998년 이후 추진해 온 신자유주의적 개혁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전통적 사민당 지지층 상당수가 투표장을 아예 찾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5백만명선을 넘어선 전후 최대의 실업률(12%)에다, 특히 라인-루르 공업지대가 위치한 베스트팔렌의 실업자수만 1백만을 넘어선 것이 결정적 패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사회복지 축소와 해고조건 완화, 기업 소득세 인하 등 우파적 개혁노선에 대한 당내 좌파의 반발, 그리고 경제 지표가 나아질 낌새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이 슈뢰더 총리가 “정치적 자살”에 가까운 조기 총선을 결정하게 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슈뢰더 총리의 노림수는 이번 기회에 개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민당과 녹색당, 자신의 인기도는 낮지만 개혁정책에 대한 지지는 낮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기 총선 발표 이후 7년만에 정권교체의 희망에 부푼 야당은 물론, 환영 분위기다. 경제계도 ‘불투명성을 줄였다’는 평가다. 예정대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16달 동안의 무기력과 불투명성 속에 헤매게 됐을 독일 경제가, 올 가을 총선 이후에는 슈뢰더가 재집권에 성공하든, 기민련이 집권하든 개혁을 강화하는 쪽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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