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개항
경제·사법 독립…국방·외교 여전히 덴마크 손에
재정 마련 위해 빙하 밑 천연자원 개발 나설 듯
미·러 등 참여 각축…환경파괴·온난화 가속 뻔해
재정 마련 위해 빙하 밑 천연자원 개발 나설 듯
미·러 등 참여 각축…환경파괴·온난화 가속 뻔해
세계 최대의 섬, 그린란드가 홀로서기에 나섰다. 그린란드 빙하 밑에 묻혀 있는 엄청난 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 납과 아연 등 자원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물밑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300년 가까이 덴마크의 지배를 받아온 그린란드는 21일 자치권 확대 기념식을 열고 독립국가로 향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1721년 덴마크의 식민지배를 받기 시작해 1979년 제한적 자치권을 획득한 그린란드는 지난해 11월 주민투표에서 찬성 76%로 자치권 확대를 결의했다. 2021년까지는 장기적으로는 독립한다는 의지도 천명한 바 있다. 덴마크 의회는 이를 승인하고 자치권 확대 법안을 21일 정식으로 발효시켰다.
그린란드는 자원 개발과 사법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으며, 국방과 외교 권한은 덴마크가 갖는다. 앞으로 덴마크어 대신 그린란드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한다. 쿠피크 클레이스트 그린란드 총리는 이날 “평등에 기초한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었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은 이누이트 전통 복장을 입고 기념식에 참석했으며, 1944년 덴마크에서 독립한 아이슬란드의 대통령도 참석해 그린란드의 앞날을 축복했다.
그린란드는 현재 전체 재정의 3분의 1을 덴마크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천연자원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린란드 국토의 85%를 차지하는 빙하 밑에는 대규모 천연자원이 묻혀 있다. 과거에는 접근과 개발이 불가능했지만, 지구온난화로 그린란드 빙하가 빠르게 녹기 시작하면서 자원 개발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를 틈타, 북극 자원을 탐내는 나라들이 잇따라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클레이스트 총리는 이날 “그린란드는 미국과 군사적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미국이 자원 개발에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그린란드 툴레에 공군기지와 관측소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은 오래전부터 그린란드 자원에 관심을 보여왔다. 러시아와 핀란드 등 북극 자원 개발에 적극적인 나라들도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린란드의 자원 개발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자원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가 수산업과 사냥에 의존하는 이누이트들의 전통적 생활방식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타임스>는 21일 “미국 기업이 그린란드 남부에 알루미늄 제련소를 건설하겠다는 제안을 한 상태”라며 “알루미늄 제련소가 들어서면 그린란드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갑절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린란드가 완전 독립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도로가 정비되지 않아 주로 비행기와 배로 이동해야 할 만큼 사회기반 시설이 빈약하고, 알코올 의존증 만연과 높은 실업률도 문제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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