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72) 이탈리아 총리
가톨릭주교회 “총리해명” 촉구
베를루스코니 “나는 희생자”
베를루스코니 “나는 희생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3) 이탈리아 총리를 둘러싼 성추문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정치 쟁점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론 악화로 궁지에 몰린 베를루스코니는 23일 자신이 소유한 잡지 <키>와 한 인터뷰에서, 파티에 참석한 젊은 여성들과의 성관계 대가로 돈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성관계 의혹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베를루스코니는 파티에 참석한 젊은 여성과 성관계를 한 뒤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나는 희생자”라고 말했다. “누군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나에게 그녀를 보냈다. 미리 알았더라면 멀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파올로 타란티니라는 사업가가 젊고 예쁜 여성들을 모아 베를루스코니가 주최한 파티에 보내면서 직접 돈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타란티니는 성매매 중개 혐의 등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스캔들은 단순한 사생활 문제를 넘어, 정치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이탈리아 가톨릭주교회를 대변하는 신문 <아베니레>는 지난 22일 “총리는 추가 해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탈리아 여성 대학교수 3명은 다음달 8~10일 이탈리아에서 열릴 예정인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 각국 영부인들이 참석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23일 전했다. 여성 교수들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여성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재벌 출신인 베를루스코니의 스캔들은 지난달 초 그의 부인이 “베를루스코니가 젊은 여성들과 놀아난다”며 공개적으로 이혼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달 들어서는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의 호화별장에서 젊은 여성들과 어울리는 사진이 스페인 일간지에 공개됐고, 23살 여성 바르바라 몬테레알레는 베를루스코니가 주최한 개인 파티에 1000유로씩 받고 참석해왔다고 영국 <타임스>에 22일 폭로했다. 몬테레알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한 번은 선물이라며 1만유로를 준 적도 있다”며 “파트르치아 다다리오라는 여성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잤다고 나에게 말했다”고도 밝혔다. 이런 추문이 처음에는 “사생활 문제”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총리의 정치력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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