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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랑스 EU헌법투표 정치권 ‘곤혹’

등록 2005-05-26 19:41수정 2005-05-26 19:41

프랑스 EU헌법 국민투표 D-3

여론 찬46% 반54% 정치권 ‘곤혹’
실업사태등 우려 좌파 협조기미 없어
부결땐 “통합 20년이상 후퇴” 지적도

유럽연합 헌법에 대한 프랑스의 여론이 프랑스는 물론 유럽연합 정치지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국민투표가 3일 밖에 남지 않은 26일 현재까지도 여전히 반대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각국 지도자들은 프랑스를 방문해 찬성을 호소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요지부동이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의 핵심국이다. 따라서 프랑스의 투표 결과에 따라 통합유럽의 향후 일정도 큰 영향을 받게 돼 있어 전 유럽인들의 눈길이 프랑스에 쏠리고 있다.

반대 여전히 우세=프랑스 여론조사 기관인 이포프의 최근 조사를 보면, 찬성이 46%, 반대가 54%다. 24일 잡지 <파리 마치>의 조사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5월초 잠깐 찬성이 높게 나왔지만 이내 다시 반대가 우세해졌다.

반대 여론이 높은 것은 자크 시라크 정부에 대한 불신과 유럽연합 확대 이후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프랑스인들 사이에선 경제사정이 나쁜 상황에서 주당 35시간 노동제까지 폐지되자 신자유주의 시장정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올 10월 가입협상이 시작되는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이 확정되면, 실업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고, 사회당 등 좌파들은 전혀 협조를 안하고 있다. 사회당은 지난 대선 때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우파인 시라크를 지원한 전철을 이번에는 밟지 않을 작정이다.

그러나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프랑스인들의 투표성향을 잘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르고뉴 지방의 한 마을을 둘러본 결과 이번에는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마을 주민인 티에리 플랑드렝(49)은 “유럽연합의 문제점은 알지만 헌법에 반대할 경우 프랑스 정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대부분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 결과에 따른 전망=독일과 함께 유럽연합의 핵심 추동세력인 프랑스가 헌법을 부결시킬 경우 유럽연합에는 치명적이다. 금융시장 등이 상당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국민투표를 다시 할 수는 있지만 명분이나 추진력이 훼손될 것이 뻔하다. 헌법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연합의 통합이 20년 이상 후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유럽연합의 확대는 제동이 걸리겠지만 와해될 가능성은 적다. 프랑스의 유럽연합 내 위상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프랑스인들이 예상을 뒤엎고 헌법에 손을 들어줄 경우, 유럽연합 헌법은 결정적인 원군을 얻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네덜란드 등 일부 나라의 반대는 별 의미가 없게 된다. 아직 국민투표 일정도 잡지 않은 영국에도 큰 압박 요인이 된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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