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스위스 ‘이슬람 첨탑 금지’ 후폭풍

등록 2009-12-01 20:11

법안 가결 뒤 “종교자유 훼손” 국제사회 비판 잇따라
2005년 9월 덴마크 일간 <윌란스 포스텐>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마호메트)가 머리에 터번 대신 불붙은 폭탄을 두르고 있는 모습의 풍자화를 실었다가 이슬람 사회의 거센 반발을 샀다. 리비아는 코펜하겐의 대사관을 폐쇄했고, 중동 국가들은 덴마크 제품 불매운동에 나섰다. “풍자는 언론의 자유”라며 국경없는 기자회와 유럽 언론이 옹호했지만, 결국 신문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슬람 사원의 첨탑 신규 건설을 금지하는 안건을 57.5% 찬성으로 통과시킨 29일의 스위스 국민투표결과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이번엔 유럽 안에서도 일부 극우 정당을 빼곤 투표 결과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훨씬 크다.

첨탑은 무슬림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이슬람 사원의 상징적 건축물이다. 이번 국민투표는 이민 문제에 대해 우파적 태도를 취해온 스위스 국민당이 주도했다. 반대가 우세했던 여론조사 때와 달리 투표가 가결된 것은 스위스 국민들 사이에 잠재돼있던 이슬람에 대한 두려움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노동력이 부족한 스위스엔 이민이 급증하면서, 1980년대 5만명이던 무슬림이 지금은 인구의 4%인 35만~40만명으로 늘어나 있다.

이슬람 국가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첨탑 금지안에 반대해온 스위스 연방정부는 일단 “투표 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이슬람회의기구 이흐사노글루 사무총장은 스위스 외무장관에 전화를 걸어 이번 투표가 “보편적인 인권 가치에 반하는 외국인 혐오, 편견, 차별”이라고 비난했다. 스위스 주교회도 “종교적 자유에 대한 타격”이라고 비판했고, 로마 교황청은 같은 태도를 취했다. 아스마 자한기르 종교와 신앙의 자유에 대한 유엔 특별보고관은 1일 영국 <인디펜던트>에 “이번 투표결과는 스위스 무슬림에 대한 분명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녹색당은 “유럽 인권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밝혀, 이번 논란은 유럽 법정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는 이번 일로 지난번 덴마크처럼 대대적인 불매 운동에 직면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에벨리네 비드머슐룸프 스위스 법무장관은 “이번 결정이 수출과 관광산업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7%인 145억달러 어치를 이슬람 국가에 수출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