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정보위, 일간 ‘인디펜던트’ 공개요구 수용
영국 왕실의 유지비 내역과 재정상태가 상당부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보위원회는 왕실과 정부가 공공보조금 협상을 벌이는 동안 양쪽이 주고받은 100통 이상의 편지와 메모를 35일 안에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넘기라고 결정했다고 이 신문 인터넷판이 21일 보도했다. 이 결정은 <인디펜던트>가 정보공개를 요구한 지 3년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동안 영국 왕실과 정부 각료들은 “서신공개는 자유롭고 솔직한 의견교환을 방해해 공공업무 수행에 편견을 갖게 할 것”이라며 서신 공개에 반대해왔다. 그러나 정보위원회는 “서신 공개가 왕실 보조금에 대한 투명성과 설명력을 높일 것”이라고 공개 결정 이유를 밝혔다. 왕실은 올해 지난해보다 150만파운드 많은 4150만파운드(약 788억원)를 지출했다. 이번에 공개될 서신 가운데는 공공자금 지원을 담당하는 문화미디어체육부의 결정에 대한 왕실쪽의 ‘자유롭고 솔직한’ 언급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디펜던트>는 공개되는 서신들이 영국 왕실의 재정위기 실태를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왕실 관계자는 “문화미디어체육부가 왕궁 수리 비용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을 거부한 이후 정부와 어려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보수 비용은 4천만파운드로 추정되지만, 왕실은 올해 1500만 파운드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왕실은 연간 고정 지원비도 늘려야 한다며 협상 중이다. 하지만 의회와 납세자 단체들은 왕실이 공공자금 사용과 관련한 추문에 먼저 충분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왕실은 올들어 대학생인 베아트리스 공주의 개인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경비로 25만파운드를 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지난해엔 켄트가의 마이클 왕자 부부가 7년간 켄싱턴궁 아파트에서 아주 적은 임대료만 내고 산 것이 드러나 12만파운드를 더 낸 일도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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