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드빌팽(56) 전 프랑스 총리가 28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한 비방과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법원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음해혐의 무죄선고 받아…2012년 대선 재도전 의사 강조
프랑스 파리 형사합의법원 재판부가 앙숙관계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도미니크 드빌팽 전 총리의 법정다툼에서 드빌팽의 손을 들어주었다. 드빌팽 전 총리가 혐의를 벗고 자유인이 되면서 프랑스 집권 우파 안에서 두 사람의 각축은 2라운드를 맞게 됐다.
재판부는 28일 사르코지 대통령 등이 제소한 드빌팽 전 총리의 비방 및 문서위조 등 네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판결을 내렸다. ‘클리어스트림’ 재판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룩셈부르크의 금융기관인 클리어스트림에 사르코지를 포함한 유명 정치인과 기업인 등 40여명이 비밀계좌를 갖고 있고, 검은돈의 출처가 1991년 프랑스가 대만에 판 프리깃함 판매 과정에서 나온 15억파운드의 뇌물이라는 내용의 투서가 수사판사에게 송달되면서 시작됐다. 사르코지 등은 드빌팽이 이 문서가 조작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도 음해하려고 공모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었다. 법원은 그러나 드빌팽이 음해를 공모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정을 나선 드빌팽 전 총리는 “정치에 대한 법과 정의의 승리를 선언한 법원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며 “프랑스와 프랑스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과거의 페이지를 덮겠다”며 2012년 대선 재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번 판결은 이날 55살 생일을 맞은 사르코지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007년 당내 경선 당시 “푸줏간의 못에 걸어야 한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엘리제궁은 재판 뒤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낮췄다. 하지만 장클로드 마랭 담당 검사는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더 밝혀져야 한다”며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뜻을 밝혔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