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전 영국 총리
첫 출석 6시간 증언…‘미국과 사전 밀약설’은 부인
조사위 “재소환 가능”…“블레어를 감옥에” 시위도
조사위 “재소환 가능”…“블레어를 감옥에” 시위도
이라크의 위협을 과장했다는 지적을 받아 온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29일 2003년 미국에 동조해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정당했다고 강변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이날 영국의 이라크전쟁 참전 문제를 검증하는 독립조사위원회의 공개청문회에 출석해 6시간 증언을 통해 “9·11 테러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에 대한 공격이었고, 9·11테러가 위험에 대한 계산 방식을 바꿔놨다”고 주장했다. 그는 “9·11 테러 전까지는 대이라크 정책이 일종의 ‘봉쇄’정책이었다”며 “그러나 3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9·11 이후 후세인 정권의 위험 정도에 대한 판단을 바꾸게 됐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그는 “전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선 미국과 영국의 입장은 달랐다”는 식으로 미국에 완전히 동조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기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체제 전복을 위해 나선 반면, 우리(영국)는 대량살상무기에 대처해야 하는데 그게 체제 전복이었던 것이고 그래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블레어 전 총리는 지난달 <비비시>의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었더라도 그를 제거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발언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에 대해 그는 “체제 전복은 취할 수 있었던 선택방안 중 하나였다”는 식으로 뒤집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또 이라크를 침공하기 거의 1년 전인 2002년 4월 부시 대통령의 크로퍼드목장에서 이라크 침공에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존 칠콧 조사위원장은 이날 청문회를 시작하면서 블레어 전 총리가 재판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추가 증언을 위해 필요하다면 재소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이라크전과 관련한 세차례의 조사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한 적은 있지만, 공개적인 청문회에 출석한 것은 처음이다.
영국 정부는 반전여론 속에 결정된 이라크전 참전에 대한 진상조사 요구가 비등하자 “이라크전의 교훈을 배우기 위해” 참전 결정이나 전쟁 진행 과정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 고든 브라운 총리도 다음달 말께 증언할 예정이다.
공개청문회가 열린 런던 컨벤션센터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이라크에서 사망 또는 실종 군인 및 민간인 가족들을 포함한 방청객들로 긴 줄을 이뤘고, 인근 웨스트민스터 지하역에선 블레어 전 총리를 전범재판에 회부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 서명이 이뤄졌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200여명의 반전시위대는 “블레어를 감옥으로” “블레어의 거짓말로 수천명이 죽었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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