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도 대출보증 검토…개별국가 첫 재정지원
유로화 가치 반등…스웨덴·영국은 “IMF 통해야”
유로화 가치 반등…스웨덴·영국은 “IMF 통해야”
유럽연합(EU)이 유로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역내 개별국가에 대한 사실상의 재정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독일이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함께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등에 대해 재정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익명의 독일정부 관계자는 “유럽연합 테두리 안에서 독일이 주도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최근 장 클로드 트리세 유럽중앙은행 총재와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해왔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독일 주도로 그리스에 대출보증을 해주는 대신 그리스에 재정긴축에 대한 여러 의무를 지우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의 재정정책 대변인 미첼 마이스터도 “우리는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10일 전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 대변인은 “아직 완전히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만약 독일 주도 지원이 실현되면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12년만에 최초의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유럽연합 국가) 개별국가 재정지원이 된다.
그리스에 대한 재정지원 가능성 소식이 전해지자 9일 유로화 가치도 반등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집계에 따르면 1유로는 9일 1.3760달러로 거래돼 전날에 견줘 약 0.6% 올랐다. 미국 다우존스 지수도 9일 1.52% 오른 10058.64로 마감해 전날 무너진 1만선을 다시 회복했다.
독일 주도의 대출보증이라는 사실상의 구제금융 방안은 리스본 조약의 금지조항을 피해가기 위한 고육책이다. 리스본 조약에는 유럽연합 차원의 개별 회원국에 대한 구제금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주도의 대출보증은 유럽연합 차원의 지원이 아니라 역내 개별국가들 차원의 지원이라는 형식을 띠기 때문에 이 조항을 피해나갈 수 있다. 독일은 애초 그리스에 대한 지원이 비슷한 재정 위기 재발 때 도덕적 해이 등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유로존 전체로의 위기 파급을 걱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통도 여전하다. 유럽연합 차원의 그리스 지원 방법을 놓고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 진영과 그렇지 않은 비유로존 진영으로 의견이 완전히 쪼개졌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9일 전했다. 비유로존 국가인 스웨덴과 영국은 “그리스에 대한 지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반면, 유로존 국가 16개국은 국제통화기금 개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추가 긴축정책으로 공무원들에 대한 급여를 10%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리스 정부는 또 연쇄 파업을 선언한 노동자들에게도 임금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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