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국가부도 위기가 거론되는 그리스를 지원하겠다고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특별 정상회의에서 “유로존 국가(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 유럽 국가)들이 유로존 전체의 안정을 지키기 위해 (그리스에 대한) 공조체제를 취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놨다. 헤르만 판롬파위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런 합의가 “정치적 선언”이라며 “그리스가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따로 구체적인 구제방안을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5일 열리는 유럽연합 재무장관 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는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2.7%에 이를 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위기에 빠졌으며, 유로존 국가인 그리스의 위기는 유로화 전체의 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동안 유럽연합의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그리스 채무에 대해 지급보증 형식으로 지원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알맹이가 빠진 선언에 유로화 가치는 유럽중앙은행(ECB) 집계로 11일 전날에 견줘 -0.2% 하락한 1.3718달러에 거래됐다. 경제연구소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조너선 로이네스는 이날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번 합의가) 실망스럽다. 그리스를 지원하겠다는 모호한 성명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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