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튤립혁명’으로 남부로 달아났던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대통령은 15일 카자흐스탄으로 떠났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바키예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협의를 하기 위해 카자흐로 갔다고 전했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 직후 자신의 근거지인 남부에서 권토중래를 꾀하던 바키예프 대통령이 카자흐로 떠난 것은 사실상의 망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바키예프 대통령은 총격 사건 소동을 겪은 뒤 키르기스를 빠져나갔다. 바키예프 대통령이 이날 키르기스 제2의 도시인 남부 오슈시에서 연설을 하려고 연단에 올라서자, 과도정부 지지자로 보이는 이들이 몰려들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바키예프 대통령의 경호원들이 하늘에 대고 총을 쐈고, 그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바키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에서 과도정부와 협상을 벌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에이피> 통신에 “과도정부와 협상을 하기 위한 중립적 장소로 카자흐가 좋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이 보장된다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과도정부는 바키예프 가족 안전 보장 요구를 거절했다.
바키예프 대통령의 카자흐 피신은 미국과 러시아, 카자흐 정부가 사전에 조율한 결과라고 카자흐 외무장관은 밝혔다. 카자흐 정부는 “바키예프가 카자흐로 온 것은 키르기스 사태의 안정화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바키예프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전화 통화도 했다.
바키예프 대통령은 2005년 전임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의 부패와 정실인사에 맞선 ‘튤립혁명’을 이끌어 대통령에 선출됐던 인물이다. 그러나 바키예프 대통령 자신도 역시 부패 의혹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잃어, 지난 7일 수도 비슈케크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권력을 잃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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