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통가의 연안바다에서 18일(현지시간) 해저 화산이 분출해 수증기를 포함한 화산재가 수천미터 상공으로 치솟아 오르는 장관을 보여주고 있다. 화산이 분출한 곳은 통가의 통가타푸섬으로부터 남서쪽 10km 지점의 바다 속으로 이곳은 36개의 해저 화산괴가 모여 있는 곳이다. 통가타푸/AP 연합뉴스
[화산재 유럽 현장보고]
런던행 비행기 없어 경유지로 도착…유럽행 결항으로 발묶여
러시아 비자 없어 사실상 갇혀…의자에서 잠자며 사흘간 고생
런던행 비행기 없어 경유지로 도착…유럽행 결항으로 발묶여
러시아 비자 없어 사실상 갇혀…의자에서 잠자며 사흘간 고생
지난 16일 낮 12시50분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한 한국인 18명은 이 항공사의 무성의한 대응으로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이들은 경유지인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 안에서 사흘 동안 사실상 ‘갇혀’ 지내야 했고, 아직도 목적지인 런던에 도착하지 못한 채 각지에서 ‘헤매고’ 있다.
이 비행기가 비행을 시작한 때는 이미 최종 목적지인 런던 히드로 공항이 폐쇄된 상태였다. 더군다나 대한항공을 비롯한 다른 항공사들은 모두 유럽행을 취소한 뒤였다. 그런데도 이 항공사는 곧 공항이 다시 열릴 것이라며 비행을 ‘결행’했다.
승객인 이아무개(23)씨는 “나는 타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항공사 쪽에서 ‘이 비행기는 곧 떠나니 지금 타지 않으면 환불도 되지 않는다’고 해 어쩔 수 없이 타게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승객인 30대 초반의 오아무개씨는 “이 항공사가 스카이 제휴사였고 당시 수속을 대한항공 복장을 한 사람들이 해서 안심을 하고 탔는데 이런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며 “당시 대한항공 사람들은 ‘우리는 모른다’ ‘모스크바 쪽에서 보내라고 했다’는 말만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10시간을 비행한 끝에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유럽행 항공편은 모두 결항이었다. 이들은 모스크바는 경유지였기 때문에 러시아 비자가 없었다. 그래서 공항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다급해진 승객들은 한국 친지들을 통해 모스크바 대사관에 연락했다. 승객 오아무개씨는 “다행히 대사관 사람들이 새벽까지 함께 지내면서 도와줘 3일간 체류할 수 있는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고 통역도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승객인 권아무개(25)씨는 “출국할 때 ‘위급상황시 영사콜센터로 전화하라’는 외교부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따라 전화를 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자연재해니까 어쩔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며 “이런 긴급전화가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에로플로트는 승객들에게 짐도 제대로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첫날은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공항 대기실의 의자 위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3일을 이렇게 보낸 이들은 19일 그나마 비행길이 열려 있는 이탈리아 로마로 향했다. 아에로플로트는 로마행 항공편까지만 제공을 하고 이후 여정은 각자 부담으로 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한 승객은 “몇십만원 아낄려고 아에로플로트를 탔다가 된통 당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로마/박현 기자 hyun21@hani.co.kr
19일 오전 이탈리아 로마의 중앙 기차역인 테르미니역에는 1000여명이 넘는 여행객들이 영국, 프랑스, 독일 등으로 가는 기차표를 구하고자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뤘다. 박현 기자
영국 정부는 19일 유럽 밖에서 비행 가능 지역인 스페인에 모인 자국민들을 데려오기 위해 군함 3척을 파견했다. 사진은 3척 가운데 하나인 군함 아크로얄호의 모습이다. 영국 해군 제공/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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