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여론에 지역 의회서 본토 첫 금지령
스페인의 전통 문화유산인지 잔혹한 동물학대인지를 둘러싸고 격렬한 찬반논란이 벌어져왔던 투우가 스페인 본토지역에서 처음으로 전면 금지되게 됐다.
바르셀로나가 주도인 카탈루냐 의회는 28일 투우법 금지법안을 찬성 68, 반대 55, 기권 5로 가결했다. 2012년부터 발효되는 이 법안이 통과되자 의사당 안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 지역 주민 18만명은 야만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풍습인 투우를 금지해야 한다는 청원에 서명한 바 있다.
스페인에선 카나리아 제도가 1991년 처음으로 투우를 금지한 바 있지만 본토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카나리아 제도에선 이미 금지법안이 통과되기 7년 전부터 투우 경기가 한번도 열리지 않았을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카탈루냐 지역의 경우도 마드리드 등 다른 지역에 견줘서는 투우 경기가 활발한 편이 아니다. 현재 카탈루냐에서 바르셀로나 투우경기장 한 곳만 1년에 15차례 주로 관광객을 상대로 ‘공연’을 열 뿐, 다른 경기장들은 이미 쇼핑몰 등으로 바뀌어 있다.
그럼에도 이번 표결법안은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스페인 보수층이 이 법안을 카탈루냐 지역의 분리독립 움직임의 상징 가운데 하나로 보아왔기 때문이다. 중도우파인 대중당은 당장 “개별 지역이 투우를 금지하는 것을 무효화하는 법이 스페인 의회에서 통과되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탈루냐 분리독립에 찬성해온 호안 푸이그세르코스 의원은 “이것은 정치나 민족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 동물 학대의 문제”라며 “문명인이라면 이런 움직임이 카탈루냐 넘어 퍼지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엔 마드리드 지역에서도 동물보호 활동가 등 시민 5만여명이 비슷한 법안 마련을 요구하는 서명을 제출했지만, 투우 지지층과 보수적 세력들의 반발에 막혀 여의치 않은 상태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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