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16~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영국의 예산 환급금 포기 거부로 2007~2013년 예산안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헌법 비준완료 시한 연기로 타협점을 모색하는 듯하던 유럽연합 회원국 사이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17일 밤 늦게까지 관련국별 양자 회담과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며 합의를 시도했으나 의장국인 룩셈부르크가 제시한 최종 타협안을 영국 등이 받아 들이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영국은 프랑스 등이 철폐를 요구하는 예산 분담금 환급 문제는 프랑스가 주요 수혜국인 농업보조금 삭감과 연계돼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네덜란드와 스웨덴은 자국 분담금이 과도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룩셈부르크 장 클로드 융커 총리는 합의 실패 사실을 확인하면서 “유럽연합은 심한 위기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일부 동유럽의 가난한 회원국들이 합의를 이끌어 내려고 자국에 대한 보조금 일부를 포기겠다고 제의한 사실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부국들의 양보없는 자세를 비판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환급금 혜택을 고집한 영국의 자세를 비난하면서 동유럽 국가들의 양보 자세가 다른 2~3개국의 이기주의와 대조됐다고 지적했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영국과 네덜란드에 협상 결렬의 책임이 있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유럽연합의 수입·지출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을 거듭 주장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자국이 순번 의장국을 맡는 7월1일부터 6개월간 예산안이 타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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