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당시 영 법무장관 “법적 정당화 안돼”
청문회 2차 출석 앞두고 성명…당시 장관 “마음 언짢았다”
청문회 2차 출석 앞두고 성명…당시 장관 “마음 언짢았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이라크전쟁은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당시 법무장관의 메모를 무시했다고 시인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21일 런던에서 열린 이라크전쟁 청문회에 출석하기 앞서 발표한 26쪽에 이르는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비비시>(BBC)는 전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피터 골드스미스로부터 추가적 유엔 결의가 없다면 이라크 무력 침공은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견해를 전달받았으나, 당시에는 “(골드스미스의 견해가) 잠정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블레어 전 총리는 지난해 1월 첫 청문회 당시에는 이라크전쟁이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골드스미스 전 법무장관은 블레어 전 총리에게 (참전에는) 더 분명한 유엔 결의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으나 이 조언을 한 지 조금 지나 블레어 전 총리가 반대 내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고 말한 것으로 지난 17일 배포된 비공개 청문회의록에 나타났다. 또 그는 “당시 마음이 언짢았다”고 청문회에서 증언한 것으로 회의록에 나타났다. 청문회 위원들은 이는 지난해 블레어 전 총리의 증언과 일치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나타내, 이날 청문회가 열리기 전부터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블레어 전 총리는 성명에서 “당시 나는 정식으로 자문을 구하는 단계가 아니었고 골드스미스 전 장관도 정식으로 견해를 전달하는 단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이라크전쟁이 발발하기 얼마 앞서 이라크전쟁이 법적으로 정당하다고 견해를 바꿨다.
블레어 전 총리는 이날 청문회에 출석해서 2003년 이라크전쟁 발발 이후 발생한 “인명 손실에 대해 깊이 그리고 근본적으로 유감을 표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그가 이런 말을 하자 청중들은 “너무 늦었다”고 외치기도 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지난해 처음 청문회에 출석했을 때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괴물”이라고 말했으며, 이라크전쟁 참가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이날 이라크전쟁이 발발하기 8개월 전에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당신은 나를 믿어도 좋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할 것이지만 여기에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라고 쓴 메모를 전달했다고도 밝혔다. 블레어 전 총리가 부시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메모 전문은 청문회 위원들에게는 열람됐지만,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았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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